▲ 지난달 30일 인파 몰린 인천국제공항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재외공관의 긴급 전화 28% 불통
작년 재외국민 대상 범죄 9290건
文대통령 “재외국민보호법 만들겠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이 늘고 최근 미국 총기 참사로 재외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기간에만 해외여행을 떠나는 출국자 수는 최대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총 2000만명이 넘었고 올해는 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행객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최악의 총기 참사가 발생한 직후 국민의 관심은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재외국민을 향했다. 하지만 이들의 소재가 파악되고 ‘피해 없음’이 최종 확인되기까지는 6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재외공관의 긴급 전화인데 이마저도 28%가 불통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 해외여행안전 어플리케이션(앱)에 등록된 172개 재외공관의 긴급연락처 가운데 58곳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48곳에서는 회신조차 없었다. 결국 연락이 닿지 않는 곳은 전체 공관의 28%인 셈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17, 21일 등 이틀 동안 앱에 기재된 모든 재외공관 긴급연락처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앱에는 긴급연락처가 ‘24시간 응대 가능한 재외공관 비상연락처’라고 소개돼 있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외국민 관련 범죄사건에 대한 재외공관의 부실한 대처도 문제로 떠올랐다.

감사원의 재외공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재외국민이 체포·구금된 2968건 가운데 42.9%(1275건)는 영사 책임자가 면회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국민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 경우에도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사 인력도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지난 2014년 5952건, 2015년 8298건, 지난해 9290건으로 2년 만에 56%나 급증했지만, 경찰 주재관은 최근 3년간 63명으로 동일했다.

실제로 재외국민이 피해를 입은 강력범죄 사건 685건 가운데 재외공관이 수사 상황을 확인한 것은 303건(44%)에 불과했다.

재외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 미국 워싱턴 동포 간담회에서 “재외국민보호법을 만들고 지원조직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주목된 바 있다.

‘재외국민보호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출됐다. 19대 때에는 여야가 5건의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까지 한 차례도 통과되지 못했고 20대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2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헌법 제2조 제2항에는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법률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이라는 외교부의 훈시적인 규정만 존재할 뿐이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해 10월 ‘재외국민보호법안’을 대표 발의해 헌법을 법률화하고자 했다.

설 의원의 재외국민보호법안에는 ▲국민의 안전한 국외 체류·거주와 여행의 보장(1조) ▲국제법규·주재국 법령 존중 등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원칙 규정(제7조) ▲심의기구로 외교부 장관 소속 ‘재외국민보호위원회’ 설치(제8조) ▲해외위험 지역에 대한 안전정보와 위험 수준 공지(제11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재외국민과 연락체계 유지와 주재국과의 협력관계 유지(제12조) ▲일반적인 사건·사고에 대한 처리 지침 규정(제13조∼18조) ▲해외 위난 상황이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외교부의 조치사항(제19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재외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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