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신축 D오피스텔이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방불케 하듯 육안으로도 구별이 쉬울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문가들 ‘중·소규모 오피스텔·원룸 등 건축 규제 감독 허술한 탓’
최인호 의원 “구청이 이번사태 초래” 지적
인근 건축물 6곳도 이미 기울기 진행중… “문제 심각”

[천지일보 부산=김영일 기자] 부산의 한 신축오피스텔이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방불케 하듯 한쪽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2일 부산 사하구와 시공업자에 따르면 하단동에 위치한 D오피스텔 건물이 지난달 14일부터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D오피스텔 바로 인근에 200세대 규모의 오피스텔 공사가 진행됐고 이 여파로 인해 D오피스텔이 하루가 다르게 기울고 있다는 주변 주민들의 주장이 일고 있다.

해당 오피스텔의 기울기는 계측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육안으로도 확연히 기울어짐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론 일부러 찾아와 기울어진 광경을 목도하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소문을 듣고 왔는지 건물을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관광지가 된 듯한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하루가 다르게 기울어진다. 구청은 허가 당시 건물이 기울어져 있음을 알고도 꼼꼼히 살피지 않아 일을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사하구 다대포에 거주한다는 A씨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울었는지 확인차 들렀다”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신축 건물이 저렇게 기울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신축 D오피스텔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옆 건물과 간격이 생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D오피스텔은 9층짜리 건물로 올 초 완공돼 2월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서 D오피스텔 세입자는 대부분 이주한 상태며 국토부 건축정책과 지반공학교수, 건축구조기술사, 건축사 등이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토부에 조사결과에 따르면 D오피스텔 최상단 기울기가 70㎝→ 80㎝로 10㎝ 더 악화됐고 기울어진 건물이 기존 4개 건물에서 3개 건물이 추가로 늘었다.

이에 따라 구청은 기울기 발생 일대 공사현장 9곳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며 2개 동에는 계측기를 설치한 상태다.

문제는 D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일대 건축물 6곳의 기울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하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반적인 세부적인 사항은 이야기 할 수 없다”며 “세부사항은 건축자와 시공사에 확인하라. 내부적인 사항이라 세세히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답을 회피했다.

기울어진 건물에 대한 향후 조처에 대한 질문에는 “기울어진 D오피스텔에 대해서는 건축자와 시공사와 협의를 거친 후 보수 보강을 통해 건물을 바로 세우는 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인근에 사는 A씨는 “보강공사를 하고 건물을 바로 세운다 한들 불안해서 누가 들어가서 살겠냐”고 반문하며 “허가권을 가진 구청의 안일한 행정과 안전 불감증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국회의원(부산 사하갑)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D오피스텔은 지난해 11월 건물 기울어짐 현상으로 엘리베이터 보강공사를 했음에도 면밀한 확인절차 없이 사하구청은 지난 2월 건축허가를 내줬다”며 “이 일대가 매립지인데 이에 맞는 건축허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사하구청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지난해부터 5~10층짜리 오피스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지반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D오피스텔 인근 주민들은 사하구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사하구청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뒷받침된 지적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 일대가 낙동강 유역 갯벌을 매립해 만든 지역이라 지반이 연약하기 때문이라는 판단과 이보다 더 큰 원인은 중·소규모 오피스텔·원룸 등을 건축할 때 규제 감독이 허술해 값싼 공법을 써서 짓는 등의 제도적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어 향후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D오피스텔은 안전진단 결과 건물 기울기가 1/31로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인 E등급이며 D오피스텔에서 인근 빌라는 지반이 내려앉아 뒤편으로 기우는가 하면 또 다른 빌라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리만큼 좌·우로 기울어져 있어 인명 피해도 우려되는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 지배적인 가운데 관계기관이 어떤 조처를 내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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