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자동 쪽방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홀로된 이들, 쪽방촌·독거노인 “차라리 명절 없었으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김지헌, 임혜지 인턴기자] 모처럼 가족·친척들이 모여 시끌벅적해지는 추석 명절이지만, 더 외롭고 쓸쓸히 보내는 이웃들이 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이 없다. 혹여 가족이 있더라도 찾아갈 수 없다.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 도통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술이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번 추석은 연휴까지 길어 한숨이 더 깊어진다.

특히 올해는 서울시에서 쪽방주민 300여명의 고향방문을 지원했는데, 이마저도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가족이 없거나 개인 사정상 가지 못한 채 추석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수년째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박모(남)씨는 “추석이 되어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많이 외롭다. 그나마 여기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전부인데, 술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며 쓰디쓴 술 한 모금을 쭉 들이켰다.

형편이 되지 않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명절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이현화(가명, 여, 50대)씨는 “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다. 추석에 가족들이랑 같이 있고 싶지만, 돈을 벌어야 해서 일하러 나가야 한다”면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곳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40대 초반 김모(남)씨는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인생의 막차 정거장인 셈이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병으로 죽어도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 우리가 장례식을 해준다”고 털어놨다.

돈의동 쪽방촌에 살고 있는 유제철(남, 65, 서울 돈의동)씨는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나는 술로 인해 몸이 안 좋아져서 지금은 안마시지만 나 같은(쪽방촌 사람들) 사람들은 술하고 담배는 필수가 됐다. 다들 외롭고 힘드니까 아무리 멀쩡한 사람도 쪽방촌 1년이면 거의 반쯤 미친다”고 말했다.

쪽방촌뿐 아니라 독거노인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서울 탑골공원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했다.

김재학(남, 78, 서울 금천구)씨도 술과 담배가 친구다. 몸이 좋지 않아 며칠 끊어봤지만 외로움이 사무쳐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명절이지만… 혼자 살다보니 제일 힘든 건 외로움이다. 이를 잊기 위해 일부러 밖에 나가기도 해보지만 오늘도 결국 잠깐 끊었던 담배를 4개나 피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학선(남, 85, 서울 영등포구) 어르신은 “모처럼 추석인데 갈 데가 없다. 집사람은 없고 자녀들이랑 같이 살고 있다. 외로워도 소용없다. 어딜 가고 싶어도 시력도 좋지 않고 무릎도 아파서 혼자 갈수 없다. 몸이 많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해 있어 제사도 못 드리게 됐다”면서 그래도 자신은 환경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민병선(남, 80, 서울 옥수동) 어르신은 자녀와 같이 살고 있어도 사이가 좋지 않아 ‘혼자’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식구도 있지만 혼자 지내는 것 같아 나왔다. 집에 있기가 싫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추석에 혼자 있는 노인도 많을 텐데 그 사람들 다 지원해줘야 한다”며 “진짜 힘든 사람들은 쪽방촌에서 오갈 데 없고 돈 없고 능력도 없는 독거노인”이라며 다른 노인들을 걱정했다.

경로당에서 외롭게 명절을 보내는 독거노인들도 많았다. 다행히 명절에도 경로당이 운영돼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박기근(80) 효창제2경로당 회장은 “혼자 계신 분들이나 식사가 어려운 분들은 경로당에서 점심과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 없이 쓸쓸한 명절을 보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곳이 위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귀남(76) 용산2가경로당 회장 역시 “회원 중에서 15명 정도가 혼자 지내고 있다. 명절기간이지만 갈 곳 없어도 여기서 음식도 함께 먹으면서 고스톱도 치고 그나마 따뜻한 명절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노인요양원에서는 입소 노인 가족들이 찾아와 명절 분위기를 내기도 했으나, 가족과 단절된 입소 노인들은 먼 산만 바라보며 외롭고 쓸쓸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요양원 직원들이 이들을 지키며 함께 시간을 보내 아주 외롭지만은 않다.

전남 장흥군에서 장애인·노인 요양원 시설인 ‘안양 사랑의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용형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은 “요양원이 사회적 관심도 멀어지고 있어 갈수록 위문공연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가족들의 발검음도 뜸해 외로운 추석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 없이 사각지대에서 살다가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은 지역센터 등을 통해 위탁 입소된 이들은 가족들과 완전 단절된 채 지내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는 특히 서글픈 명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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