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명절의 기능과 의미에 대해 설명한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명절 통해 계절 변화 확인…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 확인”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현대인은 철이 들지 않았어요. 철이 든다는 것은 계절에 따라서 계절의 변화를 아는 것이죠. 명절은 계절의 변화를 읽게 합니다. 새해는 새해의 시작, 단오는 여름의 시작, 추석은 가을·겨울로 넘어가는 시작, 동지는 한겨울의 시작입니다. 이처럼 명절이 가까워오면 봄과 여름에는 씨를 뿌리고 밭을 갈아야 하며, 가을에는 추수해야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을 두고 철이 들었다고 하는 겁니다.”

민속학자인 천진기(55)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이처럼 명절을 단순히 ‘노는 날’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명절의 기능과 의미를 알고 보낸다면, 올해 추석에는 철이 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 고유의 명절에 대해 “가족과 친척이 모이고 함께함으로써 철들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대사회는 ‘1인 문화’로 흘러가고 있다. 명절에 어울리는 시간과 공간을 가졌을 때, 현대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말하는 명절 증후군에 대해서도 명절의 이런 긍정적 측면을 떠올린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 속 1인 생활로 소속감과 정체성을 찾지 못할 수 있는데, 명절을 통해 내 가족과 친척이 있고, 시골에 가서 마을사람과 함께 어울리면서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이와 함께 시대에 따라서 명절이 많이 변했지만, 명절을 기다렸던 이유는 새 옷을 입고 설날·단오·추석에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 관장은 그러나 “요즘은 언제든지 사시사철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명절이 기다려지지 않는다”며 “추석은 ‘첫 수확 감사절’이다. 봄부터 농사를 지어서 첫 수확물이 나오는데, 사람이 먹기 전에 결실을 보도록 한 신과 조상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오늘날은 고향에 갔다고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서 금방 돌아와 버리는 경우가 많아 명절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천 관장은 “이번 추석 연휴에는 너무 급하게 다니지 마시고, 이웃과 같이하면서 저녁에는 막걸리도 한 잔 마시면 올해 추석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제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형식이나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그 시절에 나는 가장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을 올리면 된다. 무엇보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통적인 생활문화나 관념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뿐”이라며 “명절의 의미와 기능은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천 관장에 따르면, 국립민속박물관은 추석을 맞아 추석차례를 지낸 가족이 함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총 33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가위 큰마당에서는 세시풍속을 다양한 놀이로 배워보고, 송편을 함께 먹으며 추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단합해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도 체험하고 생활 속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전통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이 밖에 ‘월월이청청’을 비롯한 ‘평택농악’이 박물관 마당에서 흥을 돋울 예정이며,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기원을 위해 ‘정선아리랑’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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