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이젠 과거의 이념적 논리에서 한참 벗어나 경제적 군사적 신팽창주의로 접근하고 있다. 즉, 경제력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과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반향은 엉뚱한데서 표출되어 진행되어져 가고 있다.

서해안에서 발생한 금번 ‘천안함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인정하기 어려울지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구축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심에 한반도 아니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이다. 금번 천안함 사건을 통해 아까운 젊은이들이 희생을 당했다.

그러나 그 희생은 이 민족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 인식과 세계적 역할을 깨우치게 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음을 인식할 때, 그들의 희생은 진정 헛된 죽음이 아니었다.

그동안 세계질서를 이끌어 왔던 서방세계는 작금에 와서 외려 땅 끝, 인도의 성인 타골이 예찬했던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아니 의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바라보게 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계의 경제가 바닥을 치는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실질 경제 성장을 가져온 유일한 나라이며, 지구촌의 각종 난제가 판을 치는 난세 속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고 세계적 공동의 관심사를 선도하고 주도하며 해결하는 중심국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높아진 위상을 입증하는 대목은 이번 불의의 사태에 대한 우리의 해결 수순과 입장을 전폭적으로 세계는 신뢰하고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북한과의 역사적 동맹적 관계의 흠집을 각오하면서까지 대한민국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에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시대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태도다. 표면적으론 온갖 성명을 통해 강경대응으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할지라도, 그것은 우리의 조치에 대한 수동적 입장에 불과하며 그 이면엔 속수무책임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혜롭지 못함으로 저들의 벼랑 끝 전술을 유도해선 안 될 것이다. 이제 변화하는 세계질서와 함께 도도한 역사는 북한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것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가장 저주스런 민족같이, 가장 상처받은 민족같이 여겨져야 했던 우리의 불행한 과거는 이제 대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할 시기가 임박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은 이제 위로부터, 때론 아래로부터 바뀌어야만 한다. 세계는 일찍이 반도(半島)에 위치한 작은 나라를 인정하고 머리를 숙여 들어오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소경과 귀머거리가 되어 한심한 작태를 연일 되풀이 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우리 앞에 오질 않는다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길고 긴 역사를 통해 헤아릴 수 없는 외세의 침탈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가 가진 것이 그만큼 값진 것이었으며, 가치 있는 것들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시기와 질투의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었음을 이제는 알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선인보다 더 조선인이었던 양심 있는 독일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도 있다. 그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일제의 만행에 약탈되고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에 전국을 일주하며 조선의 문화와 생활 풍습을 낱낱이 영사기에 담았으며,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 화첩 등 고귀한 문화재를 보관해 왔던 우리에게도 자랑스럽고 소중한 인물도 있다.

반면에 일본과 프랑스에 의해 강제 약탈당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우리의 고귀한 문화재로 인해 우리는 역사 앞에 죄인 되어 있음도 고백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라도 우리는 치욕의 역사를 통해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를 깨닫게 해 주는 데는 감사를 해야 한다. 반크와 같이, 때론 서경덕 교수와 같이 말이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다만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되찾는 것이 우리만을 자랑하고자 함도 아니요 고집과 아집에 매이고자 함도 아닐 것이다. 다만 진실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행보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만을 걱정하며 살아갈 운명이 아니다. 거대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지구촌, 나아가 우주만물과 인류를 다스려갈 재목으로서 크고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마음과 정신을 가진 대인(大人)의 그릇으로 다시 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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