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앞에 있는 유물이 뭔지도 모르는 현실
[사설] 코앞에 있는 유물이 뭔지도 모르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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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표범 양탄자를 공개했다. 1969년 당시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이관 받은 지 40여 년만이다. 느닷없이 웬 표범 양탄자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이 유물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표범 양탄자 공개는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조계종중앙신도회 등이 6․25전쟁 당시 미국으로 유출된 명성황후 소장 ‘표범 카펫’의 행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표범 48마리의 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이 카펫은 명성황후의 접견실에 깔려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리 민족의 유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미국 잡지 <LIFE> 1951년 8월 20일자에 의하면 이 카펫은 6․25전쟁 당시인 1951년 5월 미군 병사 휴 길트너)가 25달러에 매입해 미국으로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스님이 미국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조사한 결과 표범가죽이 전쟁 당시의 약탈품으로 분류돼 1951년 8월에서 1952년 2월 사이에 주(駐) 미 한국대사관에 반환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이후의 행방이 묘연했다. 이에 문화재제자리찾기가 표범 카펫의 소재를 찾기 위해 301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5월 18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접수했다. 더불어 표범가죽의 행방을 찾기 위해 문화재청․국가기록원․외교부 등에도 문의했지만 모두 ‘관련 기록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표범 카펫의 행방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관련 기록이 없다던 답변을 받은 지 7일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시간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소장한 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표범 카펫이 박물관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문화재와 유물에 대한 관리 소홀이자 관심 부족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비단 이번 사건뿐이 아니다. 정부나 관계부처보다 시민단체나 종교단체가 나서서 약탈문화재 환수운동을 펼치거나 행방이 묘연한 유물을 찾아나서는 경우가 다수다.

시민단체가 수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이 떠들어대니 그때서야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문화재 환수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정 단체만이 아닌 정부와 국민들이 서로 박자를 맞춰 약탈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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