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양떼목장에서 양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연과 뛰노는 동물과 교감
농산물·음식 모든게 친환경
지역과 상생, 6차산업 산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와~! 엄마, 아기돼지가 산책을 하고 있어요. 만져볼래요.” 아기돼지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가족들, 풀을 뜯는 양 옆에서 장난을 치는 어린이들. 사람과 동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힐링하는 공간,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의 모습이다.

◆만지고 먹이고 생생한 동물체험

떠나고 싶은 가을을 맞아 농어촌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찾았다. 서울에서 세시간 반가량 달려 도착한 상하농원에 들어서자 관람 온 유치원생들을 뒤쫓는 아기돼지들이 일행을 반긴다. 밭에는 어린 배추들이 가지런히 자라고, 양쪽에는 유럽 농원을 연상케 하는 목조건물이, 정면 체험건물 너머에는 갈대밭과 초지가 자리했다. 걷기만 하다 지쳐버리는 여느 테마공원과 달리 상하농원은 3만평의 넓은 대지임에도 동화 속 작은 마을처럼 한눈에 쏙 담기는 게 매력이다.

▲ 사육사를 따라 산책을 나온 아기 돼지들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위)과 산책나온 아기 돼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유럽의 한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하는 상하농원의 백미는 우리를 벗어나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동물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양들이 사는 양떼목장, 젖소가 있는 유기농목장, 돼지들이 사는 동물농장이 따로 갖춰져 있지만 자연스럽게 경계를 없애놔 아기돼지들은 사육사를 따라 산책을 다니고, 양들은 풀을 뜯으면서 구경 온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동물마을에 사람들이 놀러 온 것처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건물 자재뿐 아니라 인테리어까지 동물이 사는 모든 환경이 친환경적이다. 어떤 각도에서도 빛과 바람이 잘 통하게 설계된 동물농장엔 돼지가족들이 살지만 ‘돼지우리’의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 유기농 우유가 나오는 유기농목장도 마찬가지로 통풍이 잘되는 구조다. 게다가 대형 선풍기도 설치돼 있어 다른 젖소 농장에 비해 파리나 냄새가 훨씬 적었다. 이곳엔 약 30마리 젖소가 유기농 건초, 2급수 이상의 물 등을 먹으며 자라난다. 주기적으로 자유롭게 초지로 나가 풀을 뜯기도 한다.

▲ 우리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아래). 아이들이 건초주기 체험을 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이들과 함께 농원을 찾은 젊은 부부는 “이렇게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건강한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져볼 수 있어 동물원이나 목장체험보다 더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며 “정해진 시간에는 송아지 우유먹이기, 양에게 건초주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감만족 체험교실·이벤트

동물과 실컷 교감했다면 이제는 또 다른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찰싹찰싹’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어린이들로 왁자지껄한 체험교실을 찾았다. 6차산업의 산실인 이곳은 친환경 먹거리와 자연을 통해 건강한 정신을 배워가길 바라는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바람대로 다양한 체험이 진행된다.

농원 중앙 2개의 체험동에서는 소시지, 밀크빵, 동물쿠키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교실이 매일 3회씩 진행된다. 농원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인근 고창지역에서 공수한 친환경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고 가져갈 수 있다. 아이스크림 만들기, 과일모찌 등 시즌체험도 진행된다. 이날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에 3대가 함께한 한 가족은 “이렇게 직접 수제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와닿는다”며 “아이들의 교육겸 가족 여행으로 방문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 견학 온 유치원 아이들이 밀크빵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벤트도 다양하다. 여름에는 농부와 물총싸움, 파종체험 및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상하농원의 여름 팜파티’, 가을에는 할로윈 콘셉트의 ‘상하농원 유령 대소동’이 대표적인 이벤트다. ‘문화가 있는 농원’이라는 주제로 음악, 맥주, 책 등 다양한 문화활동과 농촌체험을 접목한 프로그램과 낭만캠핑, 사진이벤트, 미술대회 등 일년 내내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건강한 먹거리

신나게 놀았다면 이제는 맛있는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상하농원에는 자연이 주는 재료와 깨끗한 공정, 장인의 정성스러운 손맛이 묻어나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소인 공방이 있다. 햄공방, 과일공방, 빵공방, 발효공방 등 4개의 공방에서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재료를 베이스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한다.

▲ 상하농원의 장발효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발효공장 장인(왼쪽)과 발효공장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농원상회와 파머스마켓에서는 공방에서 만든 제품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며 농산물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한번에 이뤄지는 6차산업을 실천하고 있다. 고창군 약 50곳 농가와 계약을 맺고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동물복지 유정란도 판매한다.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안심먹거리를, 농부에겐 지속 가능한 성장기회를 제공하려는 상하농원의 철학이 녹아있는 곳이다. 전체 직원의 40%가 고창 출신일 정도로 지역주민의 비율을 높여 상생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 입구 농원회관 내에 있는 파머스마켓의 모습. 농원상회와 파머스마켓에서는 공방에서 만든 제품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상하키친과 농원식당, 카페상하목장은 ‘6차산업과 친환경’이라는 상하농원의 철학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결정판이다. 이날 농원식당에서 맛본 ‘바지락 된장찌개’와 ‘묵은지김치찌개’는 입에 넣는 순간 재료의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반찬과 식재료들 모두 농원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하거나 협력농가에서 공수한 국내산들이었다. 식당 반대편에는 양떼목장과 푸른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싱그런 허브향이 힐링의 농도를 높여준다.

▲ 발효공방에서 빚은 1000일 숙성 된장으로 만든 농원식당의 ‘바지락 된장찌개 정식’. ⓒ천지일보(뉴스천지)

보고 즐기고 먹는 내내 건강해졌던 ‘힐링 마을’ 상하농원은 지난해만 7만 1864명의 손님을 맞았고 15억 6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초에는 42개 객실을 갖춘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가 오픈돼 농원여행은 물론 고창 주변의 다양한 관광지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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