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범죄도시’ 윤계상. (제공: 메가박스㈜플러스)

무섭다는 말 들으면 뿌듯해
기존 역할들과 거리감 상당
다른 영화 조폭과 차별화 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990년대 방영된 만화영화 ‘천사 소녀 네티’의 네티처럼 긴 머리 높게 묶고 요술봉 대신 도끼를 휘두르는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속 조직의 보스 ‘장첸’은 등장부터 강렬하다. 소리소문없이 중국 하얼빈에서 서울로 발을 들인 장첸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며 신고식을 치른다. 돈 앞에 인정도, 자비도 없는 장첸은 범죄 조직을 흡수하며 지역을 섭렵한 ‘흑룡파’의 보스가 된다.

배우 윤계상이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파격적으로 변신해 돌아왔다. 영화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단숨에 대한민국의 조직들을 장악하는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신흥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형사들의 조폭 소탕 작전 실화를 다룬 형사 액션 영화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앞둔 윤계상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시사회를 많이 다녔는데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지인들은 영화 재미있다고 하고, 가족들은 무서워하더라고요. 심지어 어머니께서는 내 아들이 왜 저렇게 무서운 연기를 했냐며 힘들어 하시더라고요(웃음). 무섭다는 말을 들으면 연기를 잘한 것 같아 뿌듯해요. 지금은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영화 ‘범죄도시’ 윤계상. (제공: 메가박스㈜플러스)

가슴팍에 ‘범죄도시-추석 대개봉’이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윤계상이 하회탈 미소로 “사랑합니다. 좋은 날이에요. 행복하게 삽시다”고 말하며 기자를 맞았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 윤계상 하면 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른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하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 장첸 역을 맡아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제 이미지가 순한 편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방황하는 청춘이나, 지질한 남자, 힘이 없어 보이는 역을 맡았어요. 장첸은 악랄하면서 남성미를 뿜어내는 역할이기 때문에 거리감이 상당하잖아요. 그래서 더 무섭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파급력이 강하잖아요.”

처음 장첸으로 분한 윤계상의 모습이 영화 예고편을 통해 공개됐을 때 파격적인 변신에 화제가 됐다. 첫 장면에서 윤계상은 거울을 보며 긴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올리는 일명 ‘올림머리’를 능숙하게 한다.

윤계상은 “머리를 담당하시는 팀장님과 올림머리 묶는 연습을 엄청 했다. 감독님께서 묶는 신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묶으라고 주문하셨다”며 “처음부터 머리가 긴 설정은 아니었다. 제가 머리를 길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께서도 동의하셔서 긴 머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전설의 고향’ 세대다. 제일 무서워하는 게 귀신인데 ‘전설의 고향’에서 긴 머리 귀신이 많이 나온다”며 “남자가 장발이면 남다른 공포감이 있더라. ‘보통 사람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 들고, 뭔가 사연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빡빡이나 각진 머리, 상처, 문신 등으로 똑같은 조직폭력배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문신과 상처가 없는 장첸이 확실히 다른 조폭과 차별화됐다”고 덧붙였다.

▲ 영화 ‘범죄도시’ 윤계상. (제공: 메가박스㈜플러스)

악랄한 보스 장첸은 국적과 출신이 불분명하다. 영화 어디에도 장첸이 자라온 환경에 대한 이야기나, 극악무도한 조직폭력배 두목이 되기까지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장면은 없다. 윤계상은 “장첸이 같은 동포가 아니라 그냥 이상한 놈이었으면 했다. 국적도, 출신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전일만(최귀화 분)’ 빼고는 모두 집에 안 간다. 집이 있는지, 가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고 시작한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전사가 없으면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힘들 수 있다. 윤계상은 “오히려 연기할 때 그 신에 대한 충실도가 굉장히 높아지더라. 죄의식이 없으니까 더 잔인해질 수 있었다”며 “사람들의 심리만 파악하면 되니까 아주 기가 막혔다. 영화에 심리적인 요소가 들어왔으면 무거웠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촬영 전부터 그는 낯선 사투리 억양을 익히는 데 애를 썼다. 그는 “두달 정도 장첸의 억양을 만들어 갔다. 기존의 사투리를 쓰면 너무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 바꿨다”며 “사실 대사가 많이 없다. 장첸의 말은 오히려 표준말에 가깝다. 사투리를 쓰지만 전달력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정말 기가 막히게 합이 좋았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거예요. NG가 거의 없었으니 말 다한 거죠. 리허설을 수도 없이 많이 했어요. 오죽했으면 촬영감독님이 ‘이거 필름 아니에요. 다시 찍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죠. 보통배우들은 리허설에서 자기 연기가 드러날까 봐 80% 정도만 보여주는데 저희는 다 보여줬어요. 그렇기 때문에 NG가 없었죠. 기 싸움이요? 생각도 못 하죠. (마)동석이 형과 어떻게 기 싸움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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