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경영학 박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설과 영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원시불교의 경전에 나오는 시구(詩句)다. “협조적이며 예절과 지혜를 지닌 동반자와 가라. 그렇지 않다면 거침없이 혼자서 가라”는 것이다. 이 말은 개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창업가들이 1인 창업과 팀 창업의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에도 생각해볼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창업이 대중화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창업이라는 용어도 낯설고 특히 동업하면 망한다며 금기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의 창업패턴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안 되면 장사나 하지” “사업은 위험한데 하지마라”는 등의 부정적 시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그래서 젊은 청년은 물론 시니어 그리고 세대가 함께 하는 세대융합창업까지 자신만의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창업생존율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4%, 5년 생존율은 EU 주요국 평균 42%의 3분의 2 수준인 27%에 불과하다. 또 다른 통계로써 2015년 전체 활동기업 대비 신생기업비율은 14.6%(EU주요국 9.6%), 소멸기업비율은 14.0%(유럽평균 8.0%)로 높게 나타났다. 종사자 10명 미만의 소기업이 96.1%로 가장 높게 나타나 저 자본 저 기술창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추어볼 때 창업기업의 생존과 성장가능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대안이 바로 팀 창업이다. 창업에 있어 창업자 혼자 모든 것을 준비·결정·실행하기는 어렵다. 팀 창업은 이러한 단점과 리스크를 보완·해소할 수 있다. 창업 후 3~4년의 고비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는 데 필요한 자금, 기술개발, 마케팅, 재무회계 등 다양한 경영자원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함께 할 수 있는 구성원이 있어 창업자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의 부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다.

​다수의 성공한 기업인은 이러한 경영자원과 개인역량으로서의 내공(內攻)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자수성가한 기업인 중에는 공동창업의 번거로움이나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팀 창업이 대세다. 다수의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팀 창업을 통해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함께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빌게이츠와 폴 앨런이 공동창업을 했고 암웨이는 리치디보스와 벤앤델, 셀트리온은 대우차 출신 10여명이 초기에 넥솔이라는 회사의 창업에 참여했다. 다음이나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팀 창업의 핵심은 각자의 경영자원의 공유와 역량의 결집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처음부터 함께 해 봅시다”라는 의기투합의 팀 정신(spirit)을 기반으로 한다. 창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각자의 자원과 역량을 상호보완적으로 제공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성공률을 높이는 창업유형이다. 멤버들은 일정한 지분의 주주로서 권리와 책임을 갖는 것은 물론 자금, 기술, 부동산 등의 자원제공과 더불어 마케팅, 연구개발, 대정부관계, 경영관리, 네트워크 분야 등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다. 팀 구성과 그들의 역량은 중요한 투자가치이기도 하다. 이처럼 팀 창업은 자원의 시너지와 오너 리스크의 위험분산(risk hedge)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팀 창업이 성공하려면 구성원 간에 수평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반목이나 의견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또한 역할이 부족하거나 문제를 야기하는 구성원에 대한 대안도 마련돼야 한다. 팀 창업자의 기득권으로 인해 인재의 영입이나 대체가 어려워서는 안 된다.

창업은 자원이 충분하다면 혼자서 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초기단계의 규모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함께 가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얼마 전 한 기업의 회장님이 자신의 계열사 사장을 소개하면서 “오랫동안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저와 함께 해주신 분입니다”라며 창업당시부터의 인연을 강조했다. 팀 창업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바로 함께 출발해서 성공을 이루고 그 결실을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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