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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기대를 하면 실망도 생기기 마련이다. 집에 대한 기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그 기대에 반하는 실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집은 다양한 삶을 담는 큰 공간이다. 시간을 오래 두고 바뀌는 것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게 되는 공간이기도 하고 자신의 삶이 오랜 시간에 거쳐 간직된 곳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맞는 공간구성은 필수적이다. 용기에 물을 담으면 그 용기 모양으로 형태를 유지하듯이 우리의 삶도 집에 적응하고 맞추어지는 삶이 만들어질 것이다.

집을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성장할까? 책이 많은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고 창이 넓은 집에서는 바깥 풍경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지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것이다.

건축가의 의도로 구성된 공간이 있다면 그 의도대로 삶이 바뀔 것이다. 계곡을 따라 물이 따라 흐르듯이 거주자의 삶도 건축가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다.

부부 예술가의 집은 부부의 욕망이 예술작품으로 뿜어져 나오고 자신의 삶에서도 계속 유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있는 집이다. 주차장에 내려서 현관까지 이르는 길은 골목길처럼 접근을 하고 현관에 들어서면 부부의 침실까지는 한참을 빙글빙글 돌아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평면구성에서 보이는 꼬불꼬불한 복도는 욕망을 찾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부부 침실에서는 바깥쪽으로 난 창을 통해서 중정으로 나갈 수 있고 중정에서는 둘만이 시간을 보낼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있다. 심지어 옆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외부공간이 마치 내부공간처럼 자유로이 애용할 수 있게 디자인 된다.

인간이 가진 욕망의 끝이 어디일까 생각하며 거대한 것이 없음을 일찍 깨닫게 된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보아도 황금 알은 없는 것처럼 특별하게 마련된 공간에는 공간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공간구성에서 사용성을 고려해 준비된 공간의 연결 통로들은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고 느끼게 할 수 있다.

건물은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보이는 부분에서 기능을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삶을 생각한다. 그래서 건축물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느냐에 따라서 결과물도 달라지고 결과물에 따른 느낌과 평가도 달라진다.

집이 실제로 성장하지는 않지만 사용자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바뀌면서 또 다른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사용자의 마음에 딱 맞아야 하겠다. 그들의 미래를 염두에 둔 디자인과 공간구성은 평생을 담보한 멋진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자신에게 가장 크고 알맞은 물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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