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상 주교(왼쪽)와 이경호 주교.

성공회 김근상 주교 대신 이경호 주교 이사로 다시 파송
김 주교 내치지 못한 CBS재단이사회, 어떤 결정 내리려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CBS 재단이사회에 대한성공회 측이 파송한 이사가 2명이 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김근상(65) 대한성공회 전 의장주교가 비위 의혹으로 교단 측 직책을 내려놓았음에도 CBS재단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성공회 교단 법에 따르면 현직 성직자만이 외부 공직에 파견될 수 있다.

김근상 주교는 대한성공회가 위탁 운영하던 구리요양원 금품 상납 의혹과 성공회 빌딩 임대 관리 과정에서 재정상납 의혹에 휩싸여 지난 4월 성공회를 대표하는 의장주교직에서 조기 사퇴했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다. 김근상 주교의 금품 상납 의혹으로 대한성공회는 청렴하고 건전한 교단의 이미지가 일순간 무너져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김근상 주교는 현직을 사퇴했음에도 지난 7월 3일 서울 CBS 목동 사옥에서 신임이사장으로 버젓이 공식 취임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성공회 측이 김 주교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CBS재단이사회는 김근상 주교를 재단이사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성공회 내부에서는 지난 5월 성공회 주교원의 권고에 따라 김 주교의 CBS이사직 취소가 결정되고, 성공회의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상임위원회는 6월말 회의에서 ‘김 주교를 CBS 파송이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최종 입장을 공표했다. 성공회 헌장 법규 제36조 7호 2항의 ‘교단 대표는 주교원에서 의하여 의장주교가 추천한다. 단 성직자의 경우에는 현직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에 성공회는 CBS재단이사회 측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6월 30일 교무원을 통해 전달했다. 그동안 있어왔던 주교원 차원의 의례적인 권고가 아닌 유례없이 신속하게 진행된 교단 총회격의 결의였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새로운 CBS 이사로 이경호 주교(59)를 파송하기로 결정하고 21일 관련 공문을 CBS재단이사회에 측에 발송했다.

김근상 주교가 CBS재단이사장으로 취임하자 가장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곳은 CBS 양대 노동조합(C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이다. 이들은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잇달아 성명을 냈다. CBS 노동조합은 “교단이 인정하지 않는 파송이사를, 더구나 비위 논란으로 이런 망신스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당사자를 이사들의 대표, CBS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히는 일은 당장 취소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전국언론노조 CBS지부도 ‘재단이사회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에서 CBS재단이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CBS지부는 “설마 대한성공회의 공식 결의에 따른 문서까지 무시하고야 말 것인가”라며 “결국은 성공회가 재단이사회를 향해 ‘이사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등의 소송을 걸고, 이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참한 상황을 재단이사회가 정말 바라느냐”고 비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예장목회자시국대책협의회 등 6개 예장목회자 단체들도 당시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일부 이사들이 이사와 이사장직을 교회를 섬기기 위한 봉사직으로 이해하지 않고 기득권을 탐닉해 보여준 전형적 부패현상”이라면서 “부정부패의 늪에 빠진 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개혁을 바라는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의 뜻을 외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CBS 사옥.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번에도 CBS노조는 성공회 측이 이사를 다시 파송하자 즉각 성명을 내고 재단이사회 측을 압박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김근상 재단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에서 성공회가 이경호 주교를 이사로 파송한 점을 들어 “김근상 전 주교는 이제 더 이상 성공회의 파송 이사가 아니라는 공식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회사 측과 일부 이사들은 사내외의 들끓는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근상 전 주교의 재단이사 자격은 CBS재단의 정관에 따라 처리된 것이므로 사회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며 “그러나 성공회가 김 전 주교의 성공회 파송 이사 자격을 박탈하면서 이경호 주교를 새 이사로 결정해 교체 통보한 이상, 그 주장은 완전히 명분을 잃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재단이사회를 향해 “해당 교단에서 파송이사 자격을 상실해 곧 교체할 것이라고 통보해온 인물을 재단이사장의 자리에까지 앉히는 비상식적 결정을 내려 공분을 샀다”며 “그리고 이제는 무자격 파송 이사를 대체할 새 이사를 결정해 교체해달라는 최종 공문까지 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부끄럽고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노조는 “회사측과 재단이사회가 성공회라는 공교단의 결정을 거부하고 공교회 연합기관인 CBS의 정신을 훼손시킨다면 스스로 CBS의 존립근거를 무너뜨림으로써 하나님 앞에 중대한 죄악을 짓게 되는 것”이라며 ▲김근상 이사장의 재단이사장직 즉각 사퇴 ▲재단이사회의 성공회 파송 이경호 주교의 이사승인 즉각 실행 ▲재단이사회의 이사회 바로세우기 ▲한용길 사장의 김근상 이사장 구하기 중지 등을 요구했다.

이에 현재 CBS재단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김근상 주교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추석 연휴와 맞물려 이후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추측이다. 교단 측의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CBS재단이사장에 취임한 김 주교가 재단이사장직을 유지한다면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스로 사퇴를 하든, 재단이사회에서 해임을 당하든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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