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이후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KTX승무원들이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파업 결의대회’를 끝낸 뒤 코레일관광개발 서울본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코레일, 정규직 3.5% 임금 인상
KTX승무원은 1.2% 인상에 그쳐
“자회사정규직 허울… 외주화 폐지”

[천지일보=남승우 인턴기자] KTX·새마을호 승무원, 판매승무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29일부터 이틀 간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파업결의대회를 열고 “코레일과 용역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부당한 차별을 강요해 왔다”며 “이에 맞서 2006년 KTX승무원 파업 이후 11년 만에 첫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철도공사가 2006년 KTX 승무 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다. 이 과정에서 280여명이 해고됐다. 2013년 철도노조에 가입한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이날 노조 가입 이래 첫 파업이다.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2017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코레일을 비롯한 공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3.5% 인상하도록 돼 있다”며 “코레일 측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5% 인상하는 대신, 하청 KTX승무원의 임금은 단 1.2% 인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28일까지 노사 간 임금 협상과 교섭을 이어왔음에도 진전된 안건이 없어 현재는 결렬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날 파업투쟁에 나선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소속 승무원들은 “그 동안 코레일관광개발은 승무원에게 등급을 매겼으며 이를 악용해 관리자에게 충성을 강요했다”며 “또한 직장 내 성희롱을 방치하고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코레일관광개발 지부는 5대 요구안으로 ▲기재부예산지침 기준 5% 임금 인상 ▲전근대적 노동통제 능력가감급제 폐지 ▲사무관리직과 임금 차별 철폐 ▲판매승무원 실질적 고용 보장 ▲직장내 성희롱 근절 등을 제시했다.

KTX 1기 승무원이었던 전문희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지부장은 외주화, 저임금 장시간 근로, 능력가감급제 등을 문제로 삼으며 코레일 측에서 이를 해결하고 승무원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지부장은 “코레일의 일방적인 외주화 정책에 맞서 2006년부터 투쟁해 온 선배들의 아픔도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한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이름은 결국 허울뿐”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KTX승무원을 시작해 올해로 12년차를 맞이한 이수영(가명, 38, 여)씨는 코레일 측이 임의로 정한 승무원 평가기준으로 상반기, 하반기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진급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열심히 일해도 회사의 정기적인 시험에 따라 매년 상·하반기 승무원들은 등급이 매겨진다. 시험으로는 위기대처 능력을 보는 실습시험, 서비스정신을 체크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등이 있다”며 “상관의 말을 잘 듣거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면 능력가감급제에 영향을 미치는 상·하반기 등급 결과가 잘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TX승무원이 된 지 올해로 1년 6개월이 된 김정희(가명, 26, 여)씨는 정규직 노동자인 팀장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열차에는 팀장 1명과 승무원 2명이 탄다. 열차 안에서 분담하는 일은 크게 차이가 없다”며 “비정규직·정규직이라는 부분 때문에 월급도 차이가 나 애사심이나 확실한 소속감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원청인 코레일이 2017년 위탁인건비를 1.2% 인상해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며 나머지 5대 요구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은 매년 1%대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이날 총파업결의대회를 마치고 서울역을 지나 코레일관광개발 서울본사로 행진했다. 이들은 파업 이틀째인 3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역 앞에서 연이어 파업 선전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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