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성균관과 전국 200여개 향교 등 유교계가 공기(孔紀) 2568년(2017년) 추기석전(秋期釋奠)을 봉행했다. 성균관은 대성전에서 추기석전을 진행한 후 명륜당으로 자리를 옮겨 공부자탄강(孔夫子誕降)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 김영주 목사(왼쪽)와 천도교 이정희(왼쪽에서 세 번째) 교령 등이 공부자탄강 기념행사에 이웃종교인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이웃종교인들과의 교류나 모임이 잦은 편이다. 다종교 국가이기에 종교 대표자들은 종종 모여서 상대의 종교를 이해하겠다며 손을 맞잡고 제스처를 취하고 웃으며 뉴스면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들은 상대의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난 28일은 유교계의 축제였다. 한해 두 번 치르는 석전대제 중 추기석전대제가 공부자탄강일 기념행사와 함께 진행돼 전국 유림들이 성균관에 모였다. 유교 문화를 대표하는 행사가 진행되다보니 이웃종교인들도 이 자리에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현장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영주 회장과 천도교 이정희 교령,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축사에 나선 한국종교인평화화의 회장 김영주 목사의 발언이 귀를 사로잡았다. 김 목사는 축사에 앞서서 자신이 요즘 유교 경전인 ‘논어’를 읽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논어를 읽어보니 늘 읽는 성경과 다를 게 없다며 “솔직히 유교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동인(大同仁)’ ‘극기복례(克己復禮)’ ‘살신성인(殺身成仁)’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등 공자가 전한 유교 가르침을 줄줄이 언급하며 군자(君子)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삶을 닦는 유림의 노력에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김 회장의 축사를 접한 유림들의 마음이 열렸다는 점이다. 행사 후 성균관 내부에서 유림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김 목사의 축사에 대해 “(유교 경전) 공부를 많이 했다”며 “목사인데도 축사 내용을 (유교 가르침에 맞게) 아주 잘 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 목사가 자신의 개신교 신앙을 버리고 유교로 돌아선 것이 아니다. 김 목사는 다만 이웃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논어를 펼쳤고, 그 안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유림들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종교인 중에서는 뜬소문을 주워듣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해한 짧은 지식으로 상대의 종교를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서로의 경전을 비교해보고 상대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진짜 종교인들이 평화를 이루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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