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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교단 고신·대신·합신도 찬성
진보교단·천주교·불교 시행 준비
“반대 측, 내부자 탈세정보 고발
뒤따르는 세무조사 리스크 우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기획재정부가 내년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의 세부 기준안을 종교계에 제시하자 대체로 수용하는 반면 일부 개신교계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월 정기총회 시즌을 마친 개신교 각 교단들은 약 3개월 후부터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막바지 준비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진보 성향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예장통합은 과세 시행을 전제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노회별 순회 교육을 진행 중이고, 기침은 국세청 관계자를 초청해 설명회까지 가졌다. 기장총회는 이번 정기총회에서 ‘종교인 납세 찬성 입장’을 채택하고, 근로소득세로 내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보수 성향의 예장 고신총회도 설명회를 열어 제도 시행을 철저히 준비하기로 했다. 예장합신은 개인생활비에 관한 납세 의무를 결의했다. 이와 함께 정부에 ‘종교인소득 조항’ 삭제를 요구키로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는 보수 교단 가운데 처음으로 ‘목회자 갑근세 납세’를 확정했다. 대신 총회대의원들은 이번 정기총회에서 납세 의무를 수용하면서, 시무하는 교회에서 받는 월정생활비에 대해 갑근세율로 종교인 과세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일부 목회자들과 신부들이 납세해온 합헌적 방식인 갑근세로 자발적 신고·납부할 수 있도록 기타소득세 체계 내의 종교인소득 조항을 철회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예장합신총회와 같은 입장이다. 대신 측은 오는 10월부터 전국 권역별 목회자 납세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예장합동, 2년 유예 요구… 보수 측, 과세기준안 반발

반면 종교인 과세에 반대 입장을 뚜렷하게 보여왔던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는 이번 정기총회에서 ‘종교인 과세 2년 시행 유예’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결의해 파장이 예상된다.

예장합동 목회자납세문제대책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총회대의원들에게 보고한 자리에서 “종교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우리나라에서 세무 당국이 종교계와 소통이나 협의 없이 과세 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법 시행 후 재정문제가 드러나면) 교회에 세무조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세무사찰의 우려를 내비쳤다. 이를 공감한 총대들은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며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교단차원에서 결의했다.

과세 반대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은 ‘종교인과세 대책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대책을 마련 중이다. TF팀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개신교계의 세부 과세기준안을 살펴본 결과, 지나치게 세분화 돼서 (국민과 교인들이) 교회 목사가 많은 소득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개신교 세부 과세기준안을 살펴보면 생활비와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공과금, 사택공과금, 건강관리비, 휴가비, 특별격려금, 기밀비, 의료비, 목회활동비, 선교비, 전도심방비, 사역지원금, 연구비, 수양비, 도서비, 축의·조의금, 교육비, 차량유지비, 국민연금보험료·건강보험료(종교단체가 부담할 경우), 통신비, 집회출장비(여비, 교통비), 식사·식사대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교회 재정장부 등에 이 같은 항목들로 실제 기재가 되고 있어, 정부도 세분화하지 않을 경우 세법 추진의 문제가 뒤 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 측은 목회자들의 동일 소득에도 서로 다른 과세 기준을 적용하는 부분 등을 지적하고 있다. 또 형평성 문제(법인 인가를 받지 못했지만 종교단체로 운영되는 교회나 사찰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와 종교인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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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들 정부와 세부 조율 중

이웃종교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면서 정부와의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천주교는 정부 입장을 찬성하고 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은 기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획국장 도심스님은 “불교계는 반대하지 않는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불교 특성에 맞는 용어와 개념 등을 신중히 검토해서 정부의 의견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신교 외 주요 종단 세부기준안을 보면 상여금과 격려금, 공과금, 의료비, 연구비 등은 공통 과세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천주교의 대표적인 과세 항목으로는 사목활동비와 미사예물비 등이고, 불교에는 보시금, 종무수행비, 수행지원비 등이 과세 대상이다. 원불교는 기본용금과 부가용금 등이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납세와 세무조사 별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종교인 과세 반대’ 주장에 대해 “개신교 일부 목회자들이 탈세 제보 등에 의한 세무조사를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며 “(교회) 내부에 파벌이 있고, 내부 정보를 아시는 분들이 탈세 제보를 하면 세무조사가 뒤따르고, 그런 부분이 (종교인들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일반 국민도 똑같다. 납세와 세무조사는 별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종교인 과세는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미비점이 발견되면 차후에 보완하면 된다”고 밝혔다.

종단별 세부기준안 과세항목 차이점의 지적에 대해 “말이 안 된다. 실무적으로 많은 곳은 세분화하고, 적은 곳은 적은 데로 하면 된다. 세법에 따라 과세 항목을 적용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 움직임에도 국민 대다수는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고 있다. 정부 세무당국은 10월말까지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을 마련해 내년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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