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夜행] 밤이 되면 남한산성에 오른다
[천지夜행] 밤이 되면 남한산성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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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야경 명소로 떠오른 남한산성 서문
가족, 친구, 연인들 함께하기에 안성맞춤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는 ‘휴식’ 같은 곳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저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는 곳이 있다. 서울에서는 한강이 그중 한 곳이다. 여기 한강만큼이나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곳이 있으니, 서울 야경 명소로 꼽히는 남한산성 서문이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남한산성 서문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한강부터 N서울타워 등 북한산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자랑한다. 남한산성은 성남 주민을 비롯한 인근 지역 시민의 휴식처이자 등산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곳에선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도 야경의 황홀감에 젖어 발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처음 야경을 마주한 사람의 입에선 “우와” “대박” 등 감탄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아름다운 밤이다.

▲ 서문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9, 9-1, 52번 버스를 타고 종점 하차 후 1.2㎞가량 국청사 방향으로 걸어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막차 시간은 9번과 52번의 경우 오후 10시, 9-1번은 오후 6시까지다.

9월 초 시정거리 20여㎞ 이상의 대기가 청정한 날 이곳을 찾았다. 오후 11시를 넘긴 자정에 가까운 시간, 이곳은 청량산(淸凉山, 483m) 중턱에 위치한 국청사 앞이다. 청량산은 서울 송파구 마천동, 경기도 성남 양지동과 하남 학암동을 아우른다. 이곳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사적 제57호)이 위치한다.

◆국청사~남한산성 서문

길이 매우 어둡다. 약 2m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숲이 짙어 주변은 칠흑 같다. 그나마 세워진 가로등도 이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다.

휴대폰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며 걷는 내내 ‘야경이 나올까?’ ‘길을 잘못 들은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7분 정도 걸었을까. 20여m 앞에서 아치 모양을 따라 푸르스름한 빛이 보였다. 서문 입구다.

▲ 밤에 본 남한산성 서문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서문은 우익문(右翼門)으로도 불리는데 1637년 1월 30일 인조가 세자와 함께 청나라 진영으로 들어가 항복할 때 이 문을 통과했다고 전해진다. 우익문은 정조 3년(1799)에 개축했다. 서문은 가파른 경사면으로 물자 이송은 힘들지만, 서울 광나루와 송파나루 방면에서 산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문 안쪽에는 2짝의 목재 판문이, 정면 3칸과 측면 1칸의 문루는 겹처마의 팔작지붕 양식을 갖췄다.

야경 감상을 마친 듯한 사람이 휴대폰 손전등을 밝히며 옆 능선을 따라 내려온다. 서문 구경을 뒤로하고 즉시 그 길을 따라가 봤다. 남한산성의 성벽을 따라 나 있는 길로 5분가량 저벅저벅 걸었다.

야경은 성벽 너머로도 감상할 수 있지만, 성벽 아래 설치된 전망대에서 더욱 편하게 볼 수 있다. 전망대는 서문 통과 후 걸어서 5분 이내 거리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야경에 매료된 사람들

“와! 저기 잠실체육관 옆에 우리 집 보여” “어디? 둥글게 보이는 저기 옆에? 아, 예전 내 친구도 저 동네 살았었는데” “가운데 높게 서 있는 건물이 롯데월드타워야?” “서울이 그냥 다 보이네”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아” “손으로 저 건물 한 번 잡아봐” “밤하늘에 별을 보는 것 같다.”

성벽에서 아래 전망대 쪽을 내다보니 새벽 시간에도 사람이 제법 모여 있다. 이곳은 어린이부터 청년 취업준비생 등 중장년층까지 사람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다녀가기도 한다. 작가들이 커다란 렌즈가 장착된 전문가용 DSLR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고 좋은 사진을 담으려 일렬로 서서 촬영하는 모습도 종종 연출된다.

▲ 휴대폰에 야경 담는 사람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최승호(34, 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밤에 와 보니 가을바람도 더 상쾌한 것 같다. 특히 야경 보느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며 “바람 제대로 쐬고 간다.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는데 벌써 2시간이 지났다”고 야경 본 기분을 전했다. 이어 “평소 등산하러 자주 오는 곳인데, 미세먼지로 야경이 예쁜 줄 몰랐다. 미세먼지가 없으니 빛이 선명하게 보여서 너무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서미강(29, 부산 연제구 거제동)씨는 “SNS에 올라온 여기 야경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직접 보고 싶어서 이렇게 친구와 올라오게 됐다”며 “실제로 와서 보니 야경이 정말 매력적이다. 취업난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진짜 휴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에서 ‘진정한 쉼’은 아무 생각 없이 뇌와 마음을 멈추고 비우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며 “친구와 진짜 휴식을 취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감상을 끝내고 하산하는 길, 한 등산객이 길을 물어온다. “여기 야경 보는 곳 맞나요?” 서씨가 말한 진짜 휴식, 기자도 제대로 맛본 듯하다.

▲ 반짝이는 서울 도심.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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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설희 2017-09-29 11:02:50
서울 야경 좋네요 도시의 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