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우리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그리고 빨리 하느냐 아니면 늦게 하느냐에 따라서 능력을 평가 받는다. 그러므로 늘 의사결정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필자의 경우 의사결정을 비교적 잘 하는 편이다. 그리고 특히 물건을 구매할 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같은 시간이라면 더 좋은 물건을, 그리고 같은 물건이라면 더 낮은 가격에 구매를 한다. 그래서 가끔은 친한 사람의 경우에는 물건을 대신 선택해주기도 한다. 아마 필자가 평소에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덕분인 것 같다.

심리학자 진 트웽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결정자’ 그룹과 ‘비결정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결정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매번 두 개씩 임의의 상품을 보여주면서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는지 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나면 이 상품 중에 하나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비결정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각각의 상품을 보고 상품에 대한 의견이나 최근에 사용한 경험에 대해 기록하도록 하고 실험이 끝나면 상품 중에 하나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실험을 마친 후 진 트웽은 모든 학생들에게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에 손을 담그게 하고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를 시간을 쟀다. 찬물에서 손을 빼고 싶은 본능적인 충동에 맞서 싸우려면 의지력이 필요한데 그 의지력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결과는 결정자들이 비결정자들에 비해 버티는 시간이 짧았다. 앞선 실험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작업에 집중했기 때문에 의지력이 약해진 것이다. 

여행이든지 쇼핑이든지 어느 정도 계속 하고나면 기진맥진해진다. 그것을 ‘의사결정 피로감(Decision fatigue)’이라고 부른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뜻이다. 이 의사결정 피로감이 위험한 것은 꼼꼼하게 계산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광고를 보고 순간적으로 구매를 결정하거나 또는 결정을 무조건 미루게 된다.

그래서 저녁에 퇴근한 주부가 홈쇼핑을 보게 되면 구매를 쉽게 하고 아침에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결정 피로감’이 좀 높아졌다고 하면 식사도 하고 좀 쉬면서 재충전을 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올바른 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할 일이 있다면 의사결정 피로감이 낮은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 쇼핑을 하더라도 비싼 것은 먼저 결정하고 낮은 가격대는 나중에 결정해야 한다. 얼마 전에 아주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는데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전 마지막 타임이었다. 의사결정 피로감이 가장 높을 때다. 그리고 지인 한 분이 함께 참석한 자리였는데 그 분은 점심식사와 휴식을 한 후 첫 타임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필자는 실패를, 그 분은 성공을 하셨다. 물론 여타의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 ‘의사결정 피로감’도 무시할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 시간은 임의 선택할 수 없는 사안이었기에 운명으로 받아들였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참고하기 바란다.

알뜰한 주부의 경우도 장을 보기 전에 충분히 식사를 하는 것이 기본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피로감이 높아져서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생각나는 대로 다 사게 될 경우가 있을까봐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것 하나로 의사결정을 무조건 잘 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적인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의사결정도 중요하다. 최악의 의사결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