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금 명인 박종기(좌)와 김계선 (출처: 한겨레음악대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울돈화문국악당 첫 번째 자체 제작 음악극
전통음악·스윙재즈·현대음악 한 자리서 연주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작년 9월 문을 연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개관 1주년 만에 자체 제작한 음악극을 선보인다.

28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 따르면 음악극 ‘적로’가 오는 11월 3일부터 공연된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의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연출진의 상상이 더해져 만들어진 창작 음악극이다.

극의 주인공인 박종기(1879~1941)는 대금 산조의 창시자다. 산조란 전통음악에 속하는 기악독주곡의 하나로, 장구의 반주에 맞춰 연주한다. 박 명인은 ‘남도아리랑’을 편곡해 ‘진도아리랑’을 창작했고, 판소리·기악 중심의 전문 전통음악 단체인 조선성악연구회에서 당대 최고의 명인·명창과 함께 활동해 창극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국악계에서는 그의 대금 연주에 산새가 날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다른 주인공인 김계선(1891~1943)은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왕립음악기관 이왕직아악부의 악사다. 궁중 악사인 그는 대금뿐 아니라 당적·생황·단소 등 관악기에 능했고, 서양 악기인 플루트·클라리넷·오보에·색소폰까지 마음대로 소리 내고 연주할 수 있었다. 김 명인이 속한 이왕직아악부에는 ‘김계선 전에 김계선 없고 김계선 후에 김계선 없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그의 연주는 빼어났다.

▲ 대금 명인 박종기(좌)와 김계선 (출처: 한겨레음악대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음악극 ‘적로’는 1941년 초가을 경성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갑을 넘긴 대금 연주자 ‘종기(안이호 분)’는 건강에 이상증세를 느끼고 경성을 떠나 고향 진도로 내려가려 한다. 종기의 소리를 알아주는 동료 ‘계선(정윤형 분)’은 그를 말린다.

이별주 한 잔을 걸치고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 앞에 인력거 하나가 나타나 그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간다. 인력거가 내려준 곳에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여인이었으나 십수 년 전 불현듯 사라진 기생 ‘산월(하윤주 분)’이 있다. 종기와 계선은 산월과 함께 술잔과 음악을 주고받으며 옛 시절을 회상한다.

이번 공연이 뛰어난 대금연주로 호평을 받은 명인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극에서 연주될 곡은 전통음악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작품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기 당시 유행했던 스윙재즈와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함께 연주 될 예정이다. 대금 연주는 박종기 명인의 고손자 박명규씨가 담당하며 아쟁·클라리넷·건반 등이 함께 연주된다.

음악극 ‘적로’는 오는 11월 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진행된다.

▲ 음악극 ‘적로’ 포스터 (제공: 세종문화회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