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를 관람하는 취재 기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국립중앙박물관 ‘쇠·철·강-철의 문화사’展
농기구로 만들어 농업 생산량 확대
강인함 위해 역사 속 무기로도 제작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인류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철은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김상민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연구사는 지난 25일 ‘쇠·철·강-철의 문화사’ 특별전에서 철에 대한 짧고 강렬한 말을 던졌다.

그는 “철은 농기구로 만들어져서 농업 생산량을 확대했고, 무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며 “살리기도 하고 해로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철”이라고 설명했다.

▲ 철제갑옷(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강인함을 상징하는 철

먼저 고구려 무덤벽화인 ‘개마무사’에 철기가 잘 나타나 있다. 벽화 중앙에는 갑옷 입은 무사가 긴 창을 비껴들고 갑옷으로 무장한 말위에 올라 앞으로 내달리고 있다. 왼편에도 투구를 쓰고 비늘 갑옷을 입은 무사가 표현돼있다. 이 벽화 속 전투 장면은 고대 철제 무기의 특징과 전투 기술을 추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 개마무사의 목 가리개 ⓒ천지일보(뉴스천지)

삼국시대에는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철제 갑옷과 같이 방어 무기가 발달했다. 공격용 철제 무기 기능도 향상됐다. 백제의 부소산성에서 출토된 여러 종류의 대형 무기는 당시 치열했던 전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다.

남북국시대 이후 전쟁이 드물어지면서 전쟁 무기의 발달은 정체됐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조선의 왜군과 청나라군의 압도적인 무력에 고전했고 양란은 조선이 다시 전쟁 무기의 발달을 꾀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철은 강인함을 상징했다.

▲ 단원 김홍도의 그림 대장간, 철로 생활도구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그림 속에 잘 담겨 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인류 이롭게 하는 생활 도구

또한 철은 생활을 이롭게도 했다. 철을 만드는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철은 민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쇠솥은 음식 조리법에 큰 변화를 일으켜 부엌의 풍경을 바꿨다. 또 건축 재료이자 건축 도구로 철을 적극사용하면서 더욱 견고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철제 가위나 바늘, 다리미, 인두는 의복을 제작하거나 손질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 조선시대 유행한 풍속화에는 민중들이 향유한 철의 모습이 담겨 있다.

▲ 철로 만든 다리미 ⓒ천지일보(뉴스천지)

실제로 풍속화 속에는 다양한 철로 된 도구가 등장했다. 도끼, 자귀, 톱, 깎낫, 끌, 송곳과 같이 나무를 손질하는 것들이 많다. 철로 만든 도구가 발달하면서 단단한 나무를 손쉽게 가공할 수 있게 됐다.

그밖에도 농사에서 쓰는 보습과 낫 같은 도구를 볼 수 있다.또 철은 유리 안료로도 사용됐다. 김 연구사는 “임진왜란 때 절정을 이뤘는데, 사회 환경으로 고급 안료를 사용하기 어려워 철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자 철채 구름 학무늬 매병’의 경우 청자 바탕흙으로 만든 매병에 산화철을 안료로 입히고 청자 유약을 발라 만들었다.

 

김 연구사는 “철은 유연하지만 까다롭다. 이롭지만 때로는 해롭다”라고 말했다. 이어 “철은 태곳적부터 우리 안에, 또 우리 옆에 있었다”며 “철을 사용한 사람들이 모든 공과(功過:공로와 과실을 아울러 이르는 말)를 가져가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인류사에서 철에 역할과 가치, 의미를 엿보는 국립중앙박물의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는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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