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의 소설 ‘1984년’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949년에 발간한 이 소설은 지구상의 모든 계층, 세대들에게 두루 읽혀지는 세계명작이 아니다. 하지만 정보를 장악한 특정세력이 기기나 조직 정보력을 이용해 사회구성원들의 자유를 얼마든지 침해 가능하다는 그 내용으로 인해 미국 등지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미국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했을 때 불티나게 팔렸던 이 소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도 마찬가지로 미국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소설 속 ‘빅브라더(big brother)’는 막강한 정보 수집 능력, 즉 사회 곳곳에 설치돼 있는 텔레 스크린을 통해 감시 대상자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감시해내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파악해 통제하곤 했다. 작가의 상상력을 담은 소설 내용이라고 해도 막강한 정보의 힘으로 감시자 통제를 해온 ‘빅브라더’의 정체를 알게 된 세상의 독자들은 독점권력을 가진 관리자들의 실로 가공할 만한 위협에 두려움을 느꼈고, 사생활 침해를 걱정해왔던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로 끝날 것 같았던 감시 대상자 통제가 한국사회의 권력기관에서 발생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파헤친 전(前) 정부 시절 국정원이 만들어낸 특정인의 사생활 조작 등과 정치개입 의혹들이 하나둘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군(軍) 등 권력기관을 이용해 정치인, 교수, 문인, 연예인 등에 대해 ‘블랙리스트’나 ‘제압 문건’ 등을 만들어 전방위·무차별 공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정당성이 없다.

과거 한때, 권력기관의 철저히 계획된 음모로 조작된 의혹들이 뒤늦게나마 국정원 적폐청산 팀 자체조사로 나타나고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치보복 프레임을 꺼내들고서 국정원이 또다시 정권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니, 전 정부가 국가권력과 예산 등을 동원해 저지른 불법, 비리 등에 대해선 검찰이 본격 수사가 끝나 봐야 그 전모 등 진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문건만으로도 권력기관의 불법 양상은 여러 가지이고, 관련된 피해자들도 많다.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나라로 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권력기관을 이용해 무고한 국민을 압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빅브라더’를 자처하는 권력 시녀들의 횡포가 없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우고, 그 불법에 대해 응징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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