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한나라 고조 때부터 국경을 침범해 약탈을 일삼았던 흉노족의 선우 묵돌은 문제 때에도 화친의 약속을 계속 어겼다. 토벌 명령을 받은 승상 관영은 흉노의 우현 왕 군대를 국경 요새 밖으로 격퇴시켰다. 한나라 제북 왕 흥거가 반란을 일으키자 흉노 토벌은 중지됐다.

다음 해에 선우 묵돌이 한나라에 서신을 보내 두 나라 우호의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였다.

“원래 귀국의 수비대가 약속을 깨뜨렸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긴 하지만 흉노의 여는 이번에 우현 왕을 벌로써 월지를 항복시키거나 토벌했고 아울러 누란, 오손, 호계 및 그 인접한 26개국을 평정해 모두 우리 흉노에 병합했다. 여기에 활로 무기를 삼는 제민족은 완전히 통합돼 북주는 이제 통합된 것이다.

현재 여의 희망은 무기를 거두고 병사와 말에 휴식을 주고 이제까지의 원한을 씻어 버리고 화친 조약을 부활시키는 것이며 이로써 옛날처럼 변경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천하를 이룩해 이를 자손에게 물려주는 일이다. 여는 이와 같은 희망에 대해서 황제의 찬성을 얻고자 낭중 계우천을 보내어 이 서한을 봉정함과 동시에 낙타 1두, 승마 2두, 마차 8두를 주는 바이다.

만일 황제가 우리 흉노가 한나라 국경에 근접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조서를 내리어 수비대나 주민들을 국경에서 멀리 보내기 바란다. 또한 여의 사자가 무사히 도착했을 경우에는 6월 중에 귀국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한나라 조정의 대신들은 묵돌의 서한을 놓고 논의하여 중론을 모아 황제에게 상주했다.

“선우는 월지를 쳐부수고 지금 상승세에 있습니다. 그러니 이쪽에서 앞서 공격할 필요가 없습니다. 설령 우리가 흉노의 땅을 빼앗았다 하더라도 그 불모지에 한나라의 백성을 옮길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번 기회에 선우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의 방책입니다.”

그렇게 하여 한나라는 선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 얼마 뒤에 선우 묵돌이 죽고 그 아들 계육이 즉위해 노상선우라 칭했다.

노상선우가 즉위하자 한나라 문제는 고조의 전례에 따라 황족의 딸을 공주로 꾸며서 선우에게 보내고 연나라 출신의 환관 중행열에게 함께 갈 것을 명령했다. 중행열은 흉노로 가는 것을 꺼려 그 임무를 그만두려고 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다. 두고 보자. 반드시 한나라의 화근이 될 것이다.”

중행열은 그런 말을 남기고 흉노로 출발했다. 그는 흉노에 도착하자 곧 선우에게 귀순해 그의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흉노들은 전부터 한나라의 비단이나 면, 음식 등을 애용하고 있었다. 중행열은 우선 그 점을 들어 선우에게 건의했다.

“흉노의 인구는 한나라의 한군보다도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한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풍습이 한나라와 달라서 한나라에 물자 공급을 바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우께서는 지금 흉노 본래의 습속을 버리고 한나라의 물품을 즐기십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한나라 물산의 2할만 소비하면 흉노는 모두 한나라에 귀속되고 맙니다. 미리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한나라의 비단이나 면이 들어오면 그것을 사람들에게 입혀서 가시밭 속을 달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비단이나 면은 곧 찢어지고 모피, 수피가 얼마나 뛰어난 물건인지 잘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한나라의 음식을 즉시 버리시고 흉노의 유제품이 얼마나 편리하고 맛이 좋은가를 보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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