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고위 인사 불법 조사과정서 사퇴”… “외부회사 불법 고용해 감시” 반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수개월 전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난 교황청 회계책임자가 스스로가 아닌 사퇴 압박으로 쫓겨났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교황청은 즉각 성명을 내고, 허가 없이 외부 회사를 불법 고용해 고위인사를 감시한 사실을 드러나 물러났다고 반박했다.

교황청 전 회계책임자 리베로 밀로네(68)는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외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밀로네는 “나는 자발적으로 사퇴한 것이 아니다. 사퇴하지 않으면 체포될 것이라는 위협에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썼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어 “교황청 고위 성직자의 불법 행위 가능성을 조사한 과정에서 괘씸죄에 걸려 ‘날조된 혐의’로 사퇴를 압박받았다”고 주장했다.

밀로네는 자신이 교황청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임무를 수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들은 내게 불법을 자백하라고 압박했다.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기소돼 교황청 법정에 설 것이라고 위협했다”며 “가족과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고위 성직자의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는 교황청과 맺은 비공개 조항으로 인해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황청은 밀로네의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교황청은 밀로네의 사퇴 이유에 대해 “외부 회사를 불법으로 고용해 교황청 관리들의 사생활을 감시해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밀로네는 월권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책임을 지고 자진해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면서 “밀로네가 (교황청과) 상호 합의된 비공개 원칙을 깬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에 따르면 회계 책임자의 책무는 교황청과 산하 기관의 회계 장부와 계좌를 분석하는 일이다. 밀로네가 이끄는 회계팀이 허락을 받지 않고 외부 회사를 고용해서 고위 관리들의 사생활을 조사했다는 게 교황청의 주장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바티칸 내 재정 비리와 부패 의혹으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시달려왔다. 교황은 재정의 투명성과 개혁을 이끌기 위해 2015년 6월 밀로네를 교황청 회계책임자로 전격 발탁해 재정 개혁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이탈리아 지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밀로네는 30년 경력의 회계 업무 전문가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혀, 교황청의 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밀로네와 교황청 간의 진실 공방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교황청의 재정 개혁을 이끄는 교황의 고민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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