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전예강 어린이 유족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진실은폐 진료기록부 조작 관련 병원 사과 의료법 개정안 신속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예강양 유가족과 환자단체 “병원, 진료기록 허위기재”
병원 측, 진상조사․사과 없이 묵묵부답… 재판 진행 중
추가·수정된 진료기록 모두 확인가능하도록 법 개정 촉구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의료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에게 사죄하고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병원 측은 기자들에게 아이 부모가 아동을 학대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자단체)와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전예강(당시 9세)양 유족은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진실은폐 진료기록부 조작 관련 병원 사과 및 의료법 개정안 신속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허위사실로 의료사고 사망의 책임을 유가족에게 떠넘기는 반인륜적인 행위는 도덕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예강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후 관련 사건을 취재 중인 기자들이 우리 단체에 ‘예강이 부모가 아동 학대하는 나쁜 사람들 아니냐’는 확인을 요청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병원 홍보팀 관계자가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전예강 어린이를 치료했던 의사들이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예강 부모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하는 것’이라며 사실을 왜곡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예강이는 지난 2014년 1월 23일 코피가 멈추지 않아 부모와 함께 서울의 유명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도착 당시 예강이는 헤모글로빈·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 수준에 불과했고, 맥박수도 분당 137회로 빈맥 상태의 응급상황이었다.

응급수혈 등을 통해 생체 징후를 바로잡은 후 검사를 해야 했지만, 병원 측은 레지던트 1·2년차 2명으로 하여금 허리뼈에에서 주사바늘로 척수액을 꺼내는 요추천자 검사를 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40여분 동안 5회에 걸쳐 요추천자 시술을 했고 시술이 모두 실패해 예강이는 결국 쇼크로 사망했다.

이 사고에 대해 해당 병원은 ‘예강이가 응급실 도착 당시부터 위중해 요추천자 시술과 상관없이 사망했을 것이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말대로 위중한 환자라고 한다면 전문의가 시술하지 않고 수련 중인 전공의 1년차가 5번이나 실패하도록 맡겨뒀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것이 환자단체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은 대학병원인 이 의료기관은 예강이 사망 후 농축적혈구 수혈시간과 분당 맥박수 관련 진료기록을 허위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 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해당 의료인들은 진료기록부를 허위기재한 혐의로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환자단체는 “예강이 사망원인을 밝히는 진료기록부 내용이 허위 기재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동안 병원에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해왔다”며 “하지만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해당병원은 진상조사는 커녕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각각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관·열람·사본교부 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예강이 유족은 또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거부로 각하돼 민사소송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오는 27일은 마지막 변론기일로 한 달 후인 10월 하순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단체는 “의료과실로 예강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혹을 받는 의료인들이 해당 병원에 예강이 의료사고 사망사건 경위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사한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분석 자료로도 활용되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고(故) 전예강 어린이의 엄마 최윤주씨는 “아직도 나는 예강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우리 가족이 원한 것은 예강이 죽음에 대한 진실과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였다. 병원 측의 사과는 물론이고 가려진 진실은 꼭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 의무적으로 보관·열람·사본 교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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