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ADI) 인권팀장으로 활동하는 김기남 변호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ADI) 김기남 변호사를 만나다

미얀마 정부군-반군 유혈 충돌
살인·방화·강간… 인근국가 도피
수백명 사망 난민 43만명 넘어

유엔, 인종청소 중단 규탄 성명
국제사회 ‘시민권 부여’ 해법제시
종교인 메시지 분쟁해결에 도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국가 미얀마군에 의해 자행되는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 사태가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후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 사이에 벌어진 유혈 충돌로 숨진 사람만 무려 400명이 넘어섰고 민간인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으며, 대부분 로힝야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유엔(UN)은 강하게 비판했다. 이달 중순 유엔은 미얀마 정부를 향해서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즉각 중단하라’는 규탄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로 도피한 난민만 무려 43만명이 달한다는 외신과 국제인권단체들의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로힝야족에게 가해지는 심각한 인권 문제와 피해 사례를 알리고 구호의 손길을 건네는 단체가 있다. 바로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ADI)’다. 아디의 활동가 중 인권팀장으로 봉사하는 김기남 변호사를 만나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를 들여다봤다.

-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는 어떤 일을 하나.

2016 설립된 아디는 아시아의 분쟁 피해자와 현장 활동가들과 함께 지역의 빈곤과 인권, 평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권단체다. 여기서 뛰는 활동가들은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수년간 인권 문제를 다루고 피해 현장을 찾아 문제 해결에 나선 전문가들이다. 지난해부터 미얀마 인권실태보고서 제작, 소수민족 활동가와의 인권워크숍, 학살피해자 미술심리치료, 피해마을 평화적 공동체성 회복지원을 진행해 왔다.

▲ “누가 짓인가?” 버려진 로힝야족 마을에 방화. (출처=연합뉴스)

- 로힝야족 탄압과 피해 정도는 어떠한가.

2016년 10월 로힝야족 누르 베검(25, 여)씨가 겪은 피해 사례다. “떠나라. 너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니다” 어느 날 집에 들이닥친 미얀마 군인들이 그녀와 식구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며 던진 말이다. 군인들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총살했다. 납득할 만한 설명도 이유도 없었다. 혐의도 없는 남동생(15)도 끌려가 어디에 구금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동생은 돌아오지 못했고, 지금까지 생사를 알 수 있다. 그녀는 평생 살아온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채, 의지할 곳 없는 방글라데시로 넘어와 기약 없는 피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더 비참한 것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탄압이 지속적으로 자행됐다는 것이다. 미얀마군에 의한 토벌작전이 시작된 후 마을 수색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초소 습격) 용의자 현장 사살과 가옥 방화, 재산 탈취, 식량 압수 또는 파괴, 여성 강간 등 심지어 수많은 유아와 어린이들도 희생자가 됐다. 미얀마 정부는 이 같은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유엔 관계자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과 미얀마 정부군이 충돌한 유혈 사태로 400여명이 숨지고, 로힝야족 43만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저번과 유사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인근 국가로 나가는 사람을 자동 화기로 죽이거나, 국경 지역에 지뢰를 설치해 못 돌아오게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돈이 없어 배를 타지 못하는 로힝야족은 국경 비무장 지역 야산에 숨어 살고 있다.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중단시킬 수 있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역할이 절실하다.

- 로힝야족 문제 해법은 무엇이 있나.

미얀마 종교갈등의 해법을 모색해온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8월말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에게 전달한 자문위원회 최종보고서에서 로힝야족 문제 해결을 위해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에 대한 시민권 부여’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이 말이 타당하다. 유엔은 로힝야족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으로 규정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정부가 인정하는 135개 소수민족에 들지 못해, 불법 체류자 신세다. 그들은 나라의 어떤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최소의 권리마저 제한을 받고 있다.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이슬람 로힝야족의 ‘무국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과 신생아에게 출생증명서를 발급하고 시민권을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자문위원회는 미얀마 내 가장 가난한 로힝야족의 빈곤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보고했다. 또한 종교와 인종, 시민권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유엔과 아디, 국제인권단체들도 한목소리로 바라는 점이다. 로힝야족이 미얀마 시민이 된다면 인권문제, 종교간 갈등 등의 문제도 서서히 풀어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런데 라카인주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로힝야족 사태(8월 25일)가 일어나 아쉬움이 크다.

▲ 미얀마를 탈출한 무슬림 로힝야족들이 지난달 31일 방글라데시 테크낙에서 도보로 로힝야족 수용소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 로힝야족 사태에 관심을 보이는 달라이라마, 교황 등 종교지도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극단주의 불교도들과 이슬람 소수민족 간의 종교분쟁으로 비춰진다. 미얀마 내부에선 그렇게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불교도이다보니 종교지도자들의 목소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말 미얀마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미얀마 내 인권·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교황 등 종교지도자들이 라카인주 해결을 위한 자문위 보고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미얀마 정부와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에) 메시지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부가 난민들을 다시 받고 시민권을 부여해서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 정부와 인권시민단체, 종교계도 로힝야족 사태에 관심을 두고,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 ‘아디’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