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9일 정기유엔총회가 개최됐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정상과 수뇌들이 유엔외교를 위해 뉴욕에 속속 모여 들었다. 최고의 관심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대변되는 북한 문제가 화두로 떠올라 있다고 보인다.

19일 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연설은 시종일관(始終一貫) 북한에 대한 연설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한 공격의 선봉장이 됐다. 6번만의 박수가 나왔으며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침묵과 진지함, 우려로 표현되는 표정들을 숨길 수 없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 ‘자살미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조롱하고, 북한정권을 ‘타락한 정권(depraved regime)’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리용호 외상은 연설 도중 총회장을 빠져 나가 자기 숙소 앞에서 트럼프의 연설을 ‘개 짖는 소리’라고 폄하하면서 불편한 심경을 뛰어넘어 극도의 반감을 나타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2일 북한은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이름으로 이례적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연설에 대해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늙다리 미치광이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 등 사상 최고의 초강경대응 조치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를 놓고 보았을 때 아마도 태평양 중간에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조만간 발사하지 않겠나 싶다. 한마디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세계 최고의 빈국 중에 하나인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겁도 없이 대들고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군사옵션을 미국이 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 앞선다.

북한의 무모함은 그 나름대로 전략적 고려가 있다. 자기들은 잃을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방과 너희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10대 교역대국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2차 대전 이후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인 한국을 인질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질뿐이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미국이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의 방패막이 크게 쳐져 있다고 굳게 믿고 있고, 그들의 방패는 완벽하다. 왜? 중·러도 북한을 미국과 대항하기 위해 버릴 수 없다. 때문에 애숭이라고 조롱했었던 34세의 청년은 젊음과 패기로 꿋꿋하게 오로지 한길로 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방패는 북한과 중국의 역사적 이념적, 그리고 이전 수뇌부의 동질성들로 인해 뚫릴 것 같으면서도 뚫리지 않는다. 여기다 더해져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문제가 아니고 미중의 문제로 귀결됐다. 그나마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한국은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체제에 참여하지 않아서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부단한 미국의 요구를 한국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굳건한 한미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유럽의 나토에서는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완비됐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미국이 일본 호주 대만 한국의 참여로 완성하려고 했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결정체를 사실상 한국 때문에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사드는 원하지 않았던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불가피하게 들어 가버리는 결과가 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반발은 여기에 있고 북한문제에 지금까지도 생사의 문제로 해결하기보다는 크게 보면 중국은 제스처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의 끝은 한반도에서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중국과 사업적 마인드에 기초해 빅딜 협상을 한다면 ‘핵문제는 중국이 책임져라, 우리도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 시킬 테니 말이다’, 중국의 방어선을 일본까지만 치고 한반도는 관여 하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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