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유엔 기조연설서 제재 강조… 대화의 문 열어놔
“북한 흡수통일 원치 않는다” 재천명, 비핵화 호소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입장 상상하면 가슴 뜨거워”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유엔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 중심의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난 7월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통해 대북정책 기조를 밝힌 이후 두 번째로 국제무대에서 대북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런 만큼 북한을 향한 대화 제의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계속된 대화 제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인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며 북한의 도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실험 후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중단하게 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핵실험 등 심각한 도발을 일으킨 북한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그 목적은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결국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기본 대북정책의 틀인 ‘제재와 대화’ 병행 카드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에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 국면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장일치로, 이전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으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지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붕괴를 바라거나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천명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거듭 호소했다. 

또한 그는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괌 포위 사격’ 등 호전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북한 뿐만 아니라 ‘북한 완전 파괴’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대북 군사적 옵션까지 검토하고 있는 미국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대북 해법의 돌파구로 제시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세계인과 남북 스포츠인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평화의 문을 열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고작 100Km를 달리면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인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우의와 화합의 인사를 나눌 것”이라며 “그 속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