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불과 몇 석 차이로 가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다소 여유 있게 가결된 셈이다. 이로써 그동안 걱정했던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동시 공백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있긴 했지만 그동안 숨 가쁘게 이어진 문재인 정부 인사 정국의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국민 모두 한숨 돌리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사실 여야는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투표가 예정된 이날 오전까지도 표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비교적 일찍 당론을 정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표 계산은 이미 정리가 됐다지만 뒤늦게 바른정당이 ‘인준 거부’로 당론을 최종 결정하면서 여야의 힘겨루기는 팽팽하게 전개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캐스팅보트는 40석의 국민의당에 달려 있었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당론 대신 자유투표로 방침을 정하면서 표 계산이 더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표결 당일 오전까지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배경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다당체제의 정치력과 자유투표제의 상상력을 동시에 만들어 준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민의당은 당내 찬반 뜨거운 논쟁이 있었지만 막판에 인준 찬성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유투표의 원칙과 사법부 독립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끝까지 중립을 지킨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정치가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더 진화해 간다는 믿음을 갖게 해 준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 하겠다.

이제 관심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정치력과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얼마 전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안이 부결되자마자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쏟아낸 야권을 향한 비난성 발언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협치를 역설했던 여권의 발언으로는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협량으로 어떻게 그 많은 국정개혁을 이끌어 갈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례를 참고해서 더 큰 개혁을 위한 ‘협치다운 협치’의 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김명수 대법원장의 마음고생도 컸을 것이다. 도덕성과 자질에서 큰 하자가 없었음에도 국회 표결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의 정치권 공방은 그대로 김 대법원장의 상처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야당이 우려했던 사법부의 독립성과 개혁성 그리고 공정성만큼은 김 대법원장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정치권의 뜨거웠던 공방은 일단락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한국 민주주의와 정의의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사법부 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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