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대표 

 

○○○의 좌충우돌. 영화 제목이라면 나름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나라의 장관이 좌충우돌해서는 곤란하다. 그것도 국민안전과 국가의 안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방부 장관의 경우라면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바로 송영무 장관 이야기다. 언행이 어디로 튈지 도무지 짐작을 할 수가 없다. 내용 또한 충격의 연속이다. 전술핵 재배치, 북한에 대한 8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문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한 혹평 가운데 어느 하나 충격파를 던지지 않은 게 없다. 앞으로 또 무슨 말을 해서 충격을 던질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는 지난 4일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 청와대와 국방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술핵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어 총리도 부인했다. 미국 뉴욕 순방을 앞두고 대통령이 나서서 부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참담한 일이다. 북미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한반도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대통령과 의논도 없이 핵무기 문제 같은 중대한 문제를 입 밖으로 토해 내다니!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의 말을 주워 담는 게 얼마나 창피스런 일인가? 청와대가 부인하니까 송 장관 본인도 전술핵 배치를 의도한 게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18일에는 전술핵 배치는 합당하지 않다면서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락가락, 갈팡질팡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 무순 창피란 말인가.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개인의 창피함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라 망신이다. 그의 전술핵 발언 파문은 넓고도 깊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형을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18일 송 장관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발언이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제치고 본인이 앞장서서 독자적 입장을 표명하는 모양은 볼썽사납다. 주도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역시 정부 내에 조율되지 않은 문제를 전언 형식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부인하고 나섰다. 통일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문 특보에 대한 의견을 내면서 “그분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가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다고 했다. 또 문 특보더러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해서 될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문정인 특보에 대해 평을 하는 내용을 보면 의아스러울 뿐이다. 사람을 참으로 우습게 아는구나 싶다. 아마 조폭의 세계에서도 그렇게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분방하다는 말은 송 장관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송 장관은 자유분방을 넘어 분탕질을 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관을 맡은 사람이 정부에서 역할을 맡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그것도 국회 같은 공론의 장에서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송 장관이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에 대한 참수부대 개념을 정립중이라면서 “금년 12월 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가 송 장관의 말이 부적절하다고 하면서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참수작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우리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적절한 지적이다. 문 특보의 말대로 북한이 ‘문재인 참수부대’나 ‘트럼프 참수부대’를 운용한다고 하면 한국과 미국의 정부와 언론은 뭐라고 할까? 자신의 지도자에 대한 참수를 목적으로 부대를 창설, 운영하는 다른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와 평화협상을 하거나 대화를 하려고 하는 나라가 있을까. 대개는 한 술 더 뜨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지금 한반도는 전쟁 위기에 휩싸여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 안에서 엇박자가 나지 않고 짜임새 있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평화가 위태로운 국면에서 정부 내부에 파열음이 일어난다는 것은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송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걸러내지 못한 것 아닌가? 두 번째 짚어 볼 문제는 전술핵이든 대북 인도적 지원이든 정부 안에 혼선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 안에 통일된 교통정리가 있었다면 혼선을 부채질하는 송 장관의 말 폭탄은 안 터질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내부 점검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행정부서 책임자다. 장관이 정부 안에서 전혀 조율되지 않은 말을 마구 내뱉어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 내 다른 인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언사를 쏟아 내는 일이 반복돼서도 안된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로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촛불항쟁으로 갑자기 정권을 잡게 되어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일단 정권을 잡았으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송 장관 파문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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