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역사로 들어가는 출입구 앞의 ‘임시흡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방된 공간 임시지정해 운영
흡연자 향한 시민 시선 ‘싸늘’
대부분 흡연부스 밖에서 흡연
“흡연구역 보완·개선 필요하다”

[천지일보=남승우 인턴기자] “서울역에서 나오니 담배 냄새가 정말 심했어요. 임시라지만 흡연공간을 시민과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통로 바로 옆에 배치하니까 보기도 안 좋고 비흡연자에게도 간접흡연 피해를 주는 것 같아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만난 박수정(22, 여, 부산시 사하구)씨는 “다른 보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흡연시설로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가리킨 흡연공간은 서울역 광장에서 역사로 들어가는 출입구 바로 앞 왼편에 위치해 있다. ‘임시 흡연 장소’ 팻말이 붙은 통제선으로 구분돼 있을 뿐 칸막이는 설치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는 밀폐된 형태의 흡연부스가 있었다. 흡연부스에 환기구가 없어서 이를 보완해 새로 흡연공간을 마련한다며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임시로 줄만 쳐놓은 상태로 흡연구역을 표시해 운영 중이다.

이 임시흡연공간도 먼저는 광장 시계탑 아래 마련됐다가 담배 연기로 보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으로 기존 밀폐형 흡연부스가 있던 곳으로 다시 옮겨왔다.

새로 마련할 흡연부스는 용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설치 가능한데 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코레일 관계자는 전했다. 신규 시설 설치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시설을 먼저 철거하고 ‘개방된 공간’을 흡연구역으로 표시해 임시 운영함으로써 다른 보행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흡연구역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한지은(20대, 여)씨는 “안 그래도 서울역에 노숙인도 많고 이미지 자체가 청결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서 담배를 피우니까 이곳을 지나가고 싶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역사로 들어가는 출입구 앞의 ‘임시흡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임시흡연구역’은 흡연자들이 모여서 생산해내는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일그러진 표정을 짓기도 하고, 코와 입을 막고 ‘흡연구역’ 옆을 빨리 지나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 보였다.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에 따라 지하철역 출입구로부터 10m 이내, 서울광장·청계광장·광화문광장 등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서울역 광장은 코레일에서 관리하는 구역으로 공식 금연구역이 아니다.

서울역 흡연구역 운영과 관련해 용산구청 의약과 관계자는 “서울역 부지가 코레일의 사유지이기도 하고 법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흡연구역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현재로서는 코레일 측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역 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 있었던 흡연구역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임시 흡연 장소를 벗어나 담배를 피우던 김현(33, 남, 서울 은평구)씨는 “업무 때문에 서울역에 자주 오는 편인데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을 때도 사실 관리가 잘 안 됐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 2/3 정도가 밖에서 피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흡연부스는 협소하고 환기도 잘 되지 않았다”며 “흡연공간이 더 많아지고 환기도 잘 된다면 흡연자들도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비흡연자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흡연 구역 관리에 대해 코레일 건축사업소 관계자는 “이전에 설치됐던 흡연부스 관리가 잘 되지는 않았다”며 “4년 전에 만들어진 흡연부스는 환기가 안돼 이를 보완하고자 기존 부스를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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