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를 검토할 전문가 그룹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렘린은 26일 특별 성명을 통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전문가 그룹 파견을 허락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문가 그룹 파견은 크렘린이 성명에서 밝혔듯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 20일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당일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외무부 대변인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한 확실한 증거를 러시아는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는 주한 러시아 대사를 통해 조사 결과를 사전 브리핑하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인 러시아 측의 이해를 구하는데 공을 들인 우리 외교 당국으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발언인 셈.

물론 국제 민.군 합동조사단에 러시아 전문가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때부터 과연 러시아가 이번 사고 조사 결과를 100%를 신뢰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북한 문제에서 중요 고비 때마다 한국 편을 들었던 러시아가 이번 사태 책임자가 북한이라는 우리 측 조사 결과를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지난 21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천암한 조사 결과와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하고 24일엔 이윤호 주러 대사가 6자회담 러측 수석 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키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만나 재차 협력을 당부한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가 원한다면 더 자세한 정보를 줄 것이고 전문가를 보내겠다면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태의 안보리 회부를 검토 중인 우리 정부로서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리 측 조사 결과에 대해 의혹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문가 그룹을 보내도 좋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크렘린 성명은 전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를 주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전문가 그룹을 한국에 보내기로 한 것은 그동안 신중 모드를 견지해 온 러시아가 앞으로는 천안함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크렘린이 이날 성명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과 그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에 파견될 자국 전문가 그룹이 그 역할을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누가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면 잘못을 저지른 자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의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주목된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한다면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러시아 외무부 이고르 리아킨-프롤로프 부대변인이 이날 북한 소행이라는 100%의 증거를 얻기 전에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에 파견될 러시아 전문가 그룹의 규모와 인적 구성, 파견 시기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관해서는 우리 측 외교 채널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한 외교 소식통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러시아 측의 평가가 미뤄지는 데 대해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여러 채널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주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는데 그 결과 러시아가 전문가 그룹 파견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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