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리. (제공: 메타플레이)

배우로서 참여할 때 몰랐던
한국 영화계 문제점 알게 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배우 문소리를 생각하면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아가씨’ 등 떠오르는 작품이 많다. 앞으로는 감독 문소리가 대중에게 다양한 작품으로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데뷔 18년 차인 문소리가 감독·각본·주연을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로 충무로 문을 두드렸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성으로 사는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 더불어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을 데뷔 18년 차 배우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통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이다. 14일 개봉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인터뷰 자리에서 문소리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편한 친구들끼리 아이템을 내서 했어요. 포스터 사진도 마찬가지예요. 트랙에서 달려보자는 아이디어는 제가 냈어요. 제니퍼 로렌스처럼 드레스를 입고 넘어지는 것은 어떠냐는 등 회의인지 수다인지 모를 얘기 중에 일을 친 거죠.”

이처럼 그는 처음부터 감독을 목표로 1000만 관객을 노리고 영화를 제작한 것은 아니다. 영화 제작은 대학원 과제에서 시작됐다. 출산과 육아로 영화 현장에서 멀어졌던 2011년 문소리는 무력감으로 자존감을 상실했다. 이를 회복하고자 영화 공부를 시작했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진학했다. 과제로 제출하려고 만들었던 영화가 그의 감독 데뷔작이 된 것이다.

▲ 문소리. (제공: 메타플레이)

“친구들끼리 얘기했어요. ‘우리 모여서 술도 숱하게 먹었고, 여행도 다녀봤고, 누구 뒷담화도 그만하고 뭐라도 하자. 재밌는 걸 하자’ 그렇게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더운 날 촬영하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고 말했더니 저쪽에서 ‘누가 시켰어? 네가 하자고 했잖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 미안해 내가 벌린 일이야’라고 사과했어요.”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지만 제작 과정은 진지했다. 문소리는 출연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직접 뽑고, 배급과 홍보에도 발 벗고 나섰다. 그는 “그런 과정들이 공부됐다”며 “가내수공업 형태로 하다보니 배우로서만 참여할 때 몰랐던 배급과 홍보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더라. 한국 영화 산업의 문제를 알았다”고 말했다.

1인 3역을 하면서 그는 의외의 지점에서 힘들었다. 문소리는 “의아하거나, 의심이 들거나, 고민있을 때 대부분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감독님도 고민되는 부분을 배우와 논의하면서 해나간다”며 “그 과정이 정말 소중하다.

감독과 배우가 서로 의지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혼자 하려니까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40대가 되면 굉장히 삶이 여유가 생길 줄 알았어요. 커피 들고 뛰어다니지 않고 우아하게 예쁜 커피잔에 천천히 마실 수 있을 것 같고, 여유롭게 좋아하는 것도 하면서 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막상 40대가 되니까 20대처럼 놀지도 않고, 연애도 안 하는데 더 바쁜 거 있죠.”

문소리는 왜 항상 바쁘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했다. 그는 “주변에 물어도 다 그렇더라. 항상 위태위태하고, 도전해야 한다”며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이제껏 인생을 살면서 결정할 때 안정과 여유를 추구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 문소리. (제공: 메타플레이)

이어 “안정과 여유가 재미없어 보여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왜 편한 삶을 추구하지 않았냐고 물을 수 없는 것”이라며 “리스크가 크더라도 배팅할 때 더 기분 좋은 호르몬이 나오면 배팅을 해야 한다. 내가 벌인 일이니 과정이 힘들어도 만족감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그렇듯 문소리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 결과물로 세상에 영화를 내놨다. 그는 “자신을 알기는 어렵지만, 나의 성향이나 나를 알아가고 있다. 자신에 대해서도 오해하기 쉽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직업이 배우다. 상황과 사태를 파악하기 참으로 어려운 직업”이라며 “많은 감독님이 작업하시는 걸 보면 자신의 색을 분명히 알고 계신 분이 있다. 배우로서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고백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재밌게 사고치고, 일도 벌이고, 작품도 하면 좋겠어요. 우선 첫 번째로 연기를 잘해야 하겠죠. 두번째는 애정 있는 한국 영화를 위해 애써야죠. 일하는 직장이고 울타리 안에 제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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