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8월 22일자 ‘영양사가 필요한 자리에 왜 영양교사를 채용할까’라는 칼럼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댓글을 달았다. 영양교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논조가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도 영양사 대신 영양교사의 배치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영양교사 폐지, 영양직 직렬 신설을 청원합니다’에 4500여명이 동의하며 공감했다. 청원자는 학교 급식실에 영양교사 대신 교육행정직 영양사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를 “영양사의 가장 기본적인 직분은 맛과 영양을 고려한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구입, 검수하고, 위생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조리원 분들과 소통하여 질 좋은 단체 급식을 하는 데 있습니다. 즉 수업과 교과 연구, 담임 및 상담 활동을 주 업무로 하는 교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일을 맡고 있어 무리하게 수업 등의 업무를 분담시키는 것이 급식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초등 실과나 중등 가정 교과에서 이미 ‘식단’에 관한 교육을 전문성 있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양교사의 주장대로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교육이라면, 시설 기사가 기술을 가르쳐야 하고 청소원이 환경을 가르쳐야 합니다. 영양교사를 교사 정원에 포함해 증원하면 명목상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효과를 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목 교사의 정원이 줄어들어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무리가 따릅니다. 이에 영양직 공무원 직렬을 신설하고 공채 제도를 정비하여 기존 영양사 일자리의 질을 높여 주실 것을 건의하며, 교사 정원에 포함시켜 영양교사를 뽑는 현 정책을 중단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고 쓰고 있다.필자도 10여개 학교에서 근무했지만 영양교사가 수업(1년에 34시간, 1학급당 1회 정도 하는 경우는 봄)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동료장학으로 교사들끼리 서로의 수업을 참관하고 의논하는 일에도 조리감독, 식자재 검수를 이유로 영양교사는 항상 빠졌다. 교사의 기본 업무인 수업, 평가, 교육과정 연구, 담임, 생활지도 등에서 영양교사가 맡는 일이 없다보니 교육활동 모임에 참가해서 어울리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영양교사는 교사할 시간이 없었다.

영양교사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이지 ‘가르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교사는 아니다. 연금, 급여나 복지를 교사 수준으로 받기 위해 교사의 직함을 얻었다는 의구심이 든다. 영양사가 아니고 왜 영양교사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빈약하다. 영양교사는 학교의 교사 정원에 포함돼 1인당 학생 수를 계산할 때 교사로 집계된다. 따라서 발표된 통계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더 많다.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수업을 안 하는 영양교사 대신에 수업, 담임, 학생지도를 하는 교과교사를 늘려야 한다. 중등 교과교사의 경쟁률은 30:1~50:1로 바늘구멍인데 정치적 고려로 TO가 급증한 영양교사 경쟁률은 2:1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학교 급식실은 영양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한 곳이지 굳이 영양교사란 직책이 필요한 곳은 아니다. 기간제 교사의 처우는 개선돼야 하지만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정의에 어긋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정과 실과에 포함된 영양이란 단원이 중요하여 교사를 만든다면 국어는 시 교사, 고전문학 교사, 비문학 교사 등으로 나눠야 한다. 누가 봐도 억지다.

영양교사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과교사를 증원해 과중한 교사의 업무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학생과 면담하고 같이 활동하고 수업연구를 할 수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를 이유로 교과교사의 숫자는 대폭 줄이면서 수업, 담임, 생활지도를 하지 않는 비교과 교사는 역대급으로 증원시켰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교과교사는 담임, 수업, 방과 후 수업, 심화 수업, 야간자율학습 감독, 행정업무 하느라 가장 중요한 수업준비나 상담할 시간조차 부족하다. 담임, 행정업무 할 수 있는 교과교사는 뽑지 않고 영양교사만 늘리면 현장에서는 너무 힘들다”라고 하소연 한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역할을 하지 않는 영양교사를 행정직으로 분류해 혼란을 바로잡아주길 원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되는 선심성 정책은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멀리보고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영양교사가 교사로 인정받고 싶다면 주당 수업 10시간 이상, 학급 담임을 시켜달라고 요구해 교육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