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가 열린 서울 강서구 탑신초등학교 강당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신설 반대 주민들을 향해 특수학교 신설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애학생 70% 일반학교 다녀
일반학생 위주의 수업·환경에
장애학생들 정서적 고통 누적
“인식개선·특수교육지원 시급”

[천지일보=남승우 인턴기자]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의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 도중 장애인 학부모들이 주민들을 향해 ‘특수학교를 설립하게 해 달라’며 무릎을 꿇는 일이 있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무엇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로 하여금 죄인처럼 무릎 꿇게 했을까.

지난 13일 방화역 인근 강서장애인부모회 사무실에서 정난모 회장과 조부용 부회장, 이은주 교남학교학부모회장, 그리고 장애학생 학부모 4명을 함께 만났다.

이들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교육 형태는 장애학생들도 일반학교에서 공부하는 ‘통합교육’이다. 실제로 70% 정도의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이 별도로 운영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의 모든 교육과정을 통합교육으로 마쳤다는 이민자(40대, 강서구 등촌동)씨는 “일반 학생들도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학생들과 어울리며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배우고 있다”며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장애학생이 등교할 때 유심히 바라보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학생들은 대부분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 학생”이라고 덧붙였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중학생 자녀를 일반학교에 보내왔던 엄명희(40대, 강서구 방화동)씨는 “일반학교는 수업이 비장애인 학생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장애학생이 수업내용이 이해가 안되면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는데 선생님은 수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결국 장애학생을 특수학급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 간에도 예를 들어 점수를 못 받을까봐 장애학생을 그룹수업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강서장애인부모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왼쪽부터) 엄명희씨, 이은주 교남학교학부모회장, 강서장애인부모회 조부용 부회장과 정난모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특수교육 인력에 대해서도 엄씨는 “특수교사와 보조교사 인력이 모자라다 보니 여러명의 장애학생들을 제대로 돌보기는 어렵다”며 “교장선생님이 교육청에 특수교육 인력을 요청해도 보조교사 한명 받기 힘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일반 초등학교에 4학년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유정(40대, 강서구 방화동)씨는 “특수학교를 보내려 했지만 집에서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며 “아이가 힘들어할 거 같아 그냥 집 앞에 있는 일반 초등학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난모 회장은 “강서구에 장애아동이 650여명 되는데 이를 감당할 특수학교 수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부분의 학생이 특수학교에 배정받지 못해 특수학급이 있건 없건 일반학교에 갈 수밖에 없다”며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일반학교도 특수교사·보조교사, 교육도구 지원, 장애인에 대한 인식 등 모든 면에서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회장은 “통합교육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있고 특수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가 있다”며 “아이에 맞게 선택이 가능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왜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느냐’고 묻는다. 특수학교가 없어서 못 보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부용 부회장은 “특수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일반학교의 수업이나 환경은 장애학생들에게 버겁다”며 “아이들이 나중에는 말할 수 없이 큰 정서적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자녀를 미국 특수학교에 보낸 경험을 통해 “미국의 경우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의 통합교육은 기본이고 1984년 제정된 장애아교육법을 통해 출생에서부터 21세까지 무상 공교육을 실시한다”며 “장애아동의 특수교육과 직업 재활,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의무 시행, 필요한 비용·역할 등을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난모 회장은 “특수교육법에 나온 지침대로만 통합교육이 이뤄진다면 정말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이 제공될 것이고 법대로만 운영된다면 이렇게 특수학교에 목숨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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