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네바 코얼리션 운영위원회 제4차 회의를 마치고
[기고]제네바 코얼리션 운영위원회 제4차 회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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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ㆍ유엔디케이드 코얼리션 운영위원)
지난 5월 2일부터 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평화를 위한 유엔 디케이드를 추진하는 코얼리션의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of Coalition for UN Decade for Peace)’ 제4차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와 견문의 일부를 국내 친구들과 나누려 한다.

우리 모두와 무관할 수 없는 바인 종교 및 문화계의 세계적 관심사항으로서 평화 추구에 대한 그 회의 내용 자체뿐만 아니라, 제네바의 분위기와 인상에 대한 소감을 다소나마 적어본다.

먼저 회의 성격을 돌아보면, 그 운영위원회는 현재 유엔 비정부기구국 대표, 기독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 유대교 대표, 종교연합(URI) 평화를 위한 종교(RFP/ WCRP) 국제종교자유연맹(IARF) 등 초종교 단체들 및 세계스카우트연맹 대표 등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납은 불교계 대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공항에서 머지않은 아름다운 언덕에 자리한 가톨릭 수도원의 존녹스국제개혁센터(John Knox International Reformed Centre)와 개신교 세계교회협의회(WCC) 건물 안에서 회의를 진행하였다.

작년 3월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코얼리션과 그 운영위원회를 구성한 후, 5월과 8월의 뉴욕, 세계종교의회(PWR)를 즈음한 12월의 멜버른 회의에 이어, 이번에는 그 발기처인 제네바에서 그동안의 경과 및 성과 점검과 향후 방안을 검토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2008년에 이어 2009년의 유엔총회에서 요청한 과제 연구의 진행상황 점검과 2010 총회의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현재 유엔총회에서 결의하고 선포되어야 할 디케이드의 추진상황은 미묘한 상황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세계평화를 위하여 종교 및 문화계의 국제단체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코얼리션의 목적은 공감하면서도,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지향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이 협조에 미온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그들은 그동안 이 작업에 필리핀과 파키스탄 등 현재 국내 종교관련 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들이 적극적이었음에 주목하고, 특히 종교와 정치를 일치시키려는 무슬림들이 이 기구를 통해 자기들의 소신에 따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유엔총회의 만장일치적 결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그 입장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그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긍정적 성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실행사업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현대 상황에 적절한 평화의 개념정립과 시범적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관련국가의 이해와 협조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다각도로 시도할 것을 결의하였다.

필요한 각 부분의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수렴하고 종합적인 검토를 위하여 7월 초에 뉴욕, 9월 하순에 시카고에서 차기운영위원회를 갖기로 하고, 12월초에 코얼리션 총회를 뉴욕에서 개최할 것을 잠정적으로 결의하고 폐회하였다.

한국인이며 불교인인 소납은 다른 위원들로부터 적지 않은 기대가 있음을 자격지심처럼 느껴온다. 유엔 디케이드 관련 업무를 총회에 보고할 것이 위임된 유엔사무총장이 한국인임과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효과적임을 감안하여 이 평화운동에 한국의 역할이 기대되며, 한국정부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함이 분명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동향과 분위기를 관망하며 주도적 역할 수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과거 이념적 갈등과 국제적 이해관계 사정으로 말미암아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이 분단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남한의 경우 다종교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큰 사회적 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해 오고 있음에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한다.

이러한 특수상황에서 세계적 핵심과제인 평화구현 사업에 한국이 바람직한 이념과 방향을 제시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다른 나라들이 공감하고 동조하여 그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세계평화운동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겨레가 세계인류를 위하여 추구해야 할 마땅한 사업이며 시대적 소명이라고 느낀다. 불교는 비폭력 관용정신으로 자비를 실천함이 근본사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불교인들의 세계평화를 위한 주도적 소임 수행은 일반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들과 전 세계 불교인들이 평화구현의 시대적 사명을 성찰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함을 느낀다. 아울러 유엔과 그 산하기관 및 회원국은 물론, 종교와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적 단체들이 연대하는 코얼리션에 한국의 종교 문화계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솔선수범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회의를 끝내고는 현지 티베트 여승의 안내로 국제기구와 시가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영어는 물론 불어·독어·노어·이태리어 등 여러 언어에 능통한 그의 소통능력이 놀라웠다. 제네바의 명소인 국제 적십자 건물과 국제 연합의 유럽 본부인 팔레데나시옹 및 국제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본부 등을 둘러보고, 중국불교사원에도 들려 전통차도 음미할 수 있었다.

카리타스 가톨릭 수도원에 들러 퀘이커와 브라흐마 쿠마리 및 바하이까지 포함한 범종교 환경단체 대표들의 기후관련 대책논의에도 참석하였고, 국제종교자유연맹 회장과 함께 유엔 고위인권담당관과도 향후 협조에 대하여 면담하였다.

유엔 비정부기구 사무실 책임자와 대담을 나누었는데, 그가 소개한 인턴이 한국에서 온 학생이어서 매우 반갑고 기뻤다. 저녁에는 미국에서 연수차 온 학생들 및 일본인 교수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네바의 국제적 활동 중심지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제네바는 레만 호수에서 나오는 론 강의 출구에 자리하고 있으며, 취리히와 바젤에 이어 스위스 제3의 도시로서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시민 가운데 외국인 여권 소지자가 더 많으며, 다양한 언어가 통용되는 이 도시는 멀리 몽블랑의 설봉이 보이고 전원이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로서 외교 및 국제 활동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관광 휴식지로도 적격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인권과 자유 및 평화를 논의하기 위하여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집결해 있으며, 자연과 문화가 잘 어우러져 살기 좋은 이 제네바의 격조 높은 분위기는 한 번 와보면 다시 오고픈 곳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여유 있는 체류를 통해 낭만을 누려볼 수 있는 장래를 기약하며, 아름다운 꽃들과 신록을 눈에 담고 귀국을 위해 뮌헨으로 가면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알프스를 넘었다. 내 고장 서라벌 경주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동방의 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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