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로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그 후임으로 지명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지난번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가 부결되고서부터 여권에서는 인준안 처리에 여러 가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 단독으로 국회통과가 어려운 만큼 신임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해 청문보고서 채택, 본회의 상정과 처리 등 일련의 과정에서 또다시 헌법기관 구성이 불발되지 않도록 야당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의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자율투표로 흐를 전망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중진의원 가운데 찬성파가 많은데 비해 소장 층에서는 반대 입장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24일까지 본회의 상정과 함께, 표결을 대비해 소속 의원 해외 출국을 자제시키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통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인과응보는 계속된다. 민주당에서는 야당시절인 2011년 9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시대 흐름과 정반대 인물”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한나라당)이 표결을 강행하려하자 세력 열세인 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한나라당에 의해 대법원장 인준안이 통과된 바 있다. 그러한 과거사를 상기시키면서 여당은 야당에게 대승적인 협조를 바라고 있다.

야당의 우려는 김 후보자가 대통령의 성향에 딱 맞는 코드 인사이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되면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훼손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여권에 의해 사법부가 장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사법 판결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사례에서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자 인준을 두고 여야의 복잡한 셈법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기본은 가능한 한 ‘1948년 정부수립 이래 대법원장 공석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집권여당은 김명수 후보자가 임명돼도 야당의 ‘삼권분립 훼손’ 우려가 불식될 수 있는 신뢰를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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