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불법도박. (출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청소년 도박문제 선별안내서’). ⓒ천지일보(뉴스천지)

중고생 약 3만명 중독 추정
전문가 “환경적인 요인 커

예방 교육과 치료가 필수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청소년 도박’이라고 하면 왠지 생소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이 도박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기껏 잃어봐야 몇십만원이나 될까’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과거 ‘짤짤이’ ‘뽑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도박에 참여하고 있다.

도박을 문제로 상담소를 찾은 청소년들은 200~300만원의 빚을 진 경우가 대다수이고 심지어 5000만원의 빚을 진 사례도 있다. 또 도박에 깊게 관여한 청소년은 마치 대부업자처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원금에 이자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본지는 도박중독의 폐해와 부작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제정한 ‘도박중독 추방의 날(9월 17일)’을 맞아 청소년 도박 문제를 살펴봤다.

올해 6월 사감위가 발표한 ‘2016년 사행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도박에 참여해 문제를 경험하거나 도박중독 등의 문제를 갖고 있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19세 이하)은 지난 2014년 57명에서 2015년 73명, 2016년 122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를 바탕으로 사감위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5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중 약 3만명이 심각한 수준의 도박 중독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심각한 수준의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도박 경험이 있고 중독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 있는 학생을 포함한다면 무려 15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소년 도박 문제의 대다수가 인터넷이나 주변 친구 등 환경적 요인으로 시작되므로 무엇보다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도박중독 문제 학생이 발견됐을 때 단순히 처벌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중독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해 상담·치료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은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재활과장에 따르면, 아이들이 돈내기를 하는 행동은 초등학교 4~6학년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스포츠 경기를 하면서 내기를 한다든지, 동전 놀이를 하면서 내기를 하는 등 보통 게임과 같은 형태의 도박을 시작한다.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고 사행성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등 심각한 도박 중독에 빠져 학교나 부모의 요청으로 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청소년도 있다.

박은경 과장은 “심각한 도박 중독을 겪는 학생은 대체로 고등학생인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주변의 사촌형, 선배, 친구를 통해 도박을 접했거나 인터넷 광고를 보고 도박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은 또래 안에서 한 명이라도 도박을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전파 된다”며 “그 시기가 또래 관계가 중요한 시기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무엇이든 함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있어서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에 따르면, 도박 중독에 빠져 상담을 받는 청소년의 대부분은 돈 문제가 걸려 발견된다. 도박으로 인해 보통 200~300만원의 빚을 지고, 금액이 큰 경우에는 5000만원의 빚을 진 청소년도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중독만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도 낳는다. 청소년은 도박을 하는 친구끼리 어울려 지내다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한다.

도박으로 돈을 잃는 경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친구 간에 신뢰가 깨지는 것은 물론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청소년 간 폭력도 발생한다. 성인들의 불법 대부업과 같은 형태로 아이들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에 이자를 요구하는 사례까지도 있었다는 것이 박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예방 교육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예방 교육을 나가서 아이들을 만나면 단순히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이 없어 당연히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에게 불법 도박에 대한 처벌이 있고, 도박을 접했을 때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스스로 사행성 요소를 접했을 때 어느 정도 기준선을 정해놓고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도박 중독의 문제가 생겼을 때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등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도박중독 치료와 관련해선 “학교에서는 도박이라는 문제가 드러났을 때 징계를 하고 벌점을 주는 등 처벌하고 끝내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아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개인마다 도박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동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도박을 통해서 어떤 부분을 채우고 있었는지가 정확하게 파악이 돼야 한다”며 “만약 성취감이었다면 현실에서 도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 도박문제선별검사 설문지. (출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청소년 도박문제 선별안내서’).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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