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지역에서 개신교 교회로서 최초로 설립된 서문교회를 방문한 참석자들이 이 교회의 최고령 장로인 최창선(85) 장로의 소개로 역사관을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축제 측 “예산·지원 부족으로 전국·세계화 어려움 커”
참석자 “이웃종교 이해에 도움… 교리 설명도 됐으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예수께서 가라사대? 가라사대는 불교에서만 쓰는 줄 알았더니 기독교 교회에서도 쓰네요.”

“초창기 선교사들은 한글을 모르면 세례를 주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교회가 한글 보급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이죠.”

“불상을 보면 부처님 미간에는 항상 보석 같기도 하고 점 같은 게 박혀 있는데요. 이게 뭔가요.”

“부처님 미간의 보석은 ‘백호’라고 하는데, 제3의 눈으로 현명한 성자들은 두 눈을 감고 이 제3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고 전해집니다.”

올해로 3회 째를 맞은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전북 전주시와 완산구, 익산시 등에서 지난 13일 개막해 1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축제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 문화를 한번에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됐으며 올해는 원불교가 주최했다. 각 종단이 협력하에 순서를 돌아가면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전신인 세계순례대회는 이웃 종교인들이 모여 화합과 상생을 염원하며 4대 종단 성지를 순례하던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2014년 명칭이 세계종교문화축제로 바뀐 후 지금은 각 종교의 문화·예술·학술 등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다 확대됐다. 그 중에서도 세계순례대회 때부터 맥을 이어온 각 종교의 건축물 탐방은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이웃 종교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편으로 이해되고 있다.

▲ 탐방 참석자들이 전북 완주 송광사 대웅전에서 신해스님이 소개하는 송광사 역사를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북 4대 종단 유적지를 한번에

15일 4대 종단의 건축물을 방문하는 탐방 코스에 참여했다. 당초 개신교 교회인 전주시 완산구 서문교회에서 시작할 예정이었던 탐방은 순서를 바꿔 전주시내 한옥마을 옆 전동성당부터 시작했다.

천주교의 순교성지, 개신교 근대사의 핵심 교회, 불교계 대규모 사찰, 원불교 지도자 탄생성지 등 이웃종교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 종교건축물 담당자는 성당·교회·절·교당이 세워진 역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입담 좋게 풀어놨고, 참석 교인들은 관심 있게 이야기들을 들었다. 탐방은 전주시내 전동성당과 서문교회를 방문한 후 전세버스를 이용해 전북 완주군 종남산 자락의 불교 송광사를 거쳐 진안군 원불교 제3대 종법사의 탄생지인 좌포교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탐방한 전동성당은 천주교 성당으로 사적 제288호다. 조선시대 전주는 전라감영이 있어서 천주교회사에서 전동은 순교지가 됐다. 1889년 프랑스의 파리 외방전교회(外邦傳敎會) 소속 보드네(한자명 尹沙物) 신부가 성당 부지를 매입하고, 1908년 V.L.프와넬(한자명 朴道行) 신부의 설계로 건물이 완공됐다.

개신교 서문교회는 1893년 미국 남장로 교회 선교회 레이놀즈(William D. Reynolds) 선교사의 파송을 받은 정해원(鄭海元)이 설립한 호남 지역 최초의 개신교 교회다.

불교 송광사는 신라시대 때 건축된 사찰로 당시 이름은 백련사다. 태백산맥이 끝나는 지점이라 하여 이름이 지어진 종남산의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보조체증선사가 거주하면서 이름이 송광사로 바뀌었다. 송광사는 부처의 깨달음 중 중도(中道)를 선양하기 위해 지어졌다. 원불교 좌포교당은 교단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 중 제3대 김대거 종사의 탄생지에 세워진 원불교 교당이다. 봉황이 알을 감싸고 있는 형세라고 하는 봉황산과 알미산 가운데 있으며 수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탐방에 참석한 김형도(남, 63, 전주 완산구 평화동)씨는 “다른 종교에 대해서 이렇게 찾아와서 접해보니 색다른 것 같다.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참석자들은 각 종교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장소를 방문하는 것에 기대가 컸다. 이 때문에 건물과 장소,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된 설명에 다소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다. 각 종교가 강조하는 교리들에 대한 핵심을 알고 이해하고 싶은 요구였다.

원불교 교도라고 밝힌 김씨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설명하는 것이 인물이나 건물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좀 아쉬운 감이 있다”며 “간략하게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무엇인지 참석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으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더 좋았겠다”고 조언했다.

▲ 탐방 참석자들이 원불교 제3대 종법사인 대산종사의 탄생지에서 이진상 교무가 소개하는 좌포교당의 역사를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웃 종교의 다름 이해하는 기회”

종교건축물 탐방 행사 참여자들은 국내 종교인들과 소수 일반인이었다. ‘세계 축제’라는 타이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호응이었다.

축제 사무국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외국인을 초청하려는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결국 국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주최 측 추산 이번 행사의 참여 인원은 1만 800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종교단체에 소속된 교인들이거나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다. 현재 세계종교문화축제는 국비 1억 5000만원, 도비 1억 5000만원, 시군비 1억 5000만원 등 총 4억 5000만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이 관계자는 행사를 세계화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한 축제이다 보니 전국화, 세계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제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실무적인 업무에 있어서는 장소 대관 문제도 걸림이 됐다. 올해 세계종교문화축제의 상임대표를 맡은 원불교 이정오 교무는 ‘종교’라는 명칭이 들어가면 장소를 대관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이 교무는 여러 종단이 함께하는 행사임에도 ‘종교’라는 이유로 도비를 지원해주는 도청에서조차 대관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교무는 “전라북도에서 하는 일이지만 우리가 이뤄낸 성과는 우리나라를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며 “한국의 좋은 소식인데, 이걸 이뤄내려고 애쓴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행위원장 이광익 목사는 “종교화합과 상생을 주제로 4대 종교가 하나 돼 진행하는 축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본다”며 “세계적으로 여러 종교가 모여서 각 종교를 자랑할 만한 유적이나 문화를 갖고 있는 지역이 전북지역만한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타 종교의 독특한 문화를 서로 이해하고 그 가치성에 대해서 같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회를 통해 이웃 종교가 갈등과 싸움이 아닌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세계에 전쟁이 많은 이 시대에 평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역할을 한다면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호소했다. 

한편 세계종교문화축제는 16일 익산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세계종교포럼을 진행한 후 전주 경기전에서 폐막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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