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를 만나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병원 등 서비스로 민간외교 역할

▲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한국외국인근로지원센터’. 건물 곳곳에 마련된 외국인 근로자 고충상담실, 다문화 이주민들을 위한 인터넷 방송국, 한국어 교실마다 피부색과 출신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이 꽉 차 있다. 건너편 외국인근로자전용병원(외노병원)엔 하루 200여 명의 외국인 환자들이 무료 진료를 받는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는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그는 “한국인들이 돈을 벌러 독일로 간 것이 불과 40년 전 일입니다. 값싼 노동력이라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볍게 보고 함부로 대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만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한국인들이 갖는 중국 동포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단 중국인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과 우월의식, 오만함을 버려야 한국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남지역을 탈피해 서울 가리봉동으로 모여들고 있는 현황을 감안해 2000년 1월 1일부터 그는 가리봉동에 중국 동포를 위한 센터를 만들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복무하기 시작했다.

“10명을 해결해 주면 100명이 찾아왔고, 100명을 해결하면 1000명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대를 통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2000년에 외국인노동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으로 일하면서 서명운동도 하고 캠페인도 벌이고 공청회도 열고 그렇게 하면서 7년 뒤인 2007년에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겁니다.”

그 다음 문제는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당하고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외국인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였다. 김 대표는 “외노의원은 세계 최초입니다. 2004년 7월 개원한 뒤 5년반 동안 하루 평균 200명씩 무료로 진료했습니다.” 지금까지 외노병원을 거쳐간 사람은 줄잡아 20만 명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분들 한국에 처음 와서 당하고 나면 치를 떨며 한국 사람들을 증오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문제를 해결해서 직장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면 평생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한국외국인근로지원센터는 매일 하루 3번 200여 명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대표에게는 지원센터나 외노병원 서비스 등이 민간외교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잘 돌보고 지원하는 게 국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반한(反韓)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거죠”

김 대표는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의 교육 수준이 대단히 높다”면서 “이들을 친한(親韓) 감정을 가진 인사로 만들어야 국익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외국인 100여만 명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30년 가까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 활동에 앞장서온 김해성 목사는 일자리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휴·폐업, 감원, 조업 중단 등 구조조정에 내몰린 업체들에서 1차 감원 대상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중국동포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우려했다.

“당장 수입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2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불법 체류자가 돼 강제 출국 조치를 당하게 됩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입국했는데 돈도 벌지 못하고 쫓겨나야 할 처지니 피가 마르는 상황이죠”

김 대표는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가 경기 침체로 해고된 뒤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김해성 목사가 외국인근로자 상담사 프레마랄 씨와 상담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인종·다문화 시대 외국인 차별 방치는 국가적 재앙 될 수도

내외국인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분야도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내국인들은 취업하기를 꺼리는 3D업종 영세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율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 국제결혼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다인종·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외국인 장기 체류자 500만∼1000만명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외국인 근로자, 중국동포, 결혼이주자나 그의 자녀들을 차별하고 방치한다면 이들이 잠재적인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자리잡게 돼 미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과 같은 국가적 재앙을 맞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우선 단기적으로 ‘고용허가제’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직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3회로 제한하고 있는 사업장 변경도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나 휴·폐업 등 본인의 잘못이 없는 실직의 경우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피부색이 다르다고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다중 언어·문화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정규 다문화학교고 만들 계획이다.

김해성 목사는 다문화 사회의 미래와 이주민들에 대한 바른 이해와 의식개선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선교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그는 “다문화 사회에서 이주민 선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선적으로 이주민 선교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주민 선교단체를 지원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면서 “농촌교회는 국제결혼으로 와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목사는 “이주민을 향한 교회의 따뜻한 사랑과 선교의 손길이 요구된다”면서 “우리교회의 관심과 접근은 ‘이웃사랑’이요, 이들을 훈련하고 파송하는 것은 ‘세계선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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