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제작사·연출진·배우 모두 새롭게 작품에 참여
인물 간 갈등·대립 통해 경쟁의 폭력성 그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도덕과 신념을 지키려는 자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의 극한 대립을 그린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재준 연출과 오인하 극작가, 배우 우미화, 박정복, 강승호, 오정택, 신창주, 이지혜 등이 참석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러시아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몸스까야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작품은 구시대의 몰락과 새로운 시대의 혼란스러운 이데올로기를 그린다는 이유로 1980년 러시아 초연 당시 공연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주의가 흔들리고 새로운 이념을 찾으려는 사회변동의 영향으로 극은 발표와 동시에 러시아 전역에서 공연됐다.

작품은 4명의 학생과 수학 선생님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발로쟈’ ‘빠샤’ ‘비쨔’ ‘랼랴’는 졸업시험 점수를 고쳐야 한다며 엘레나에게 학교 금고의 열쇠를 달라고 요구한다. 완강하게 거절하는 엘레나에게 4명의 학생은 각자의 사정을 말하며 설득하고, 설득이 통하지 않자 협박과 폭력을 써가며 더욱 거세게 열쇠를 요구한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지난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2009년과 2012년 공연된 바 있다. 올해 관객을 찾아온 연극은 이전 작품들의 모습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모두 다름은 물론이고 제작사와 연출가·각색을 진행한 극작가도 이번에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이재준 연출은 이전 작품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경계에 경계를 더했다. 이 연출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이전 공연에서 연출된 부분이 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피하려 했다”며 “각색을 담당한 오인하 극작가, 배우들과 함께 ‘스스로 학습’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랼랴의 비중이다. 2009년 무대에 오른 작품의 대본은 보고 난 후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 이 연출은 번역가에게 러시아 원작 대본 번역을 부탁해 비교작업에 착수했다. 두 개의 대본은 비교해본 결과 랼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삭제됐다는 것을 발견하고, 해당 캐릭터를 이전 연극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랼랴로 분한 배우 이지혜는 “랼랴가 아무 생각 없이 3명의 남학생을 따라 엘레나 선생님 집으로 갔다가 희생되는 도구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그도 그 나름대로 열쇠를 원하는 이유가 있어 엘레나를 찾아간 주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 이유를 관객에게 설득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등장인물은 발로쟈 역을 빼고 모두 원 캐스팅이다. 엘레나 역에 우미화, 빠샤 역에 오정택, 비쨔 역에 신창주, 랼랴 역에 이지혜가 각각 참여한다. 발로쟈 역에는 배우 박정복과 강승호가 더블 캐스팅됐다.

엘레나로 분한 배우 우미화는 “강승호 배우는 부드러운 발로쟈를 연기하다가 점점 폭력성을 띠는 모습을 잘 표현한다”고 평가한 후 “박정복 배우는 너무 예쁜 눈을 가져 ‘저 예쁜 눈으로 발로쟈를 표현할 수 있을까’ 했으나 배우 자체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있었다. 두 배우가 서로 다른 에너지를 표출한다”고 말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오는 10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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