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 설명을 보면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오는 21일 예정된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아동과 임산부 등을 위한 인도적 지원사업이라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얼핏 보면 불과 얼마 전에 북한이 고강도의 6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사업을 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따질 수 있다. 더욱이 유엔 안보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가량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따라서 지금은 세계의 여론을 모아서 대북제재에 매진해야 할 시점에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무슨 대북인도지원을 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은 어쩌면 당연한 문제제기라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북인도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어떤 경우든 인도적 지원사업이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인도적 사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오직 인도적 목적에 따르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오히려 전향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북한의 전반적인 보건환경과 아동의 영양상태, 임산부들의 건강상태는 여러 국제기구들을 통해 그 열악한 조건이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도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 비록 우리와 군사적 대치를 하고 최근에는 핵실험까지 도발하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반쪽 동포들이 사는 나라이다.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곳은 김정은 등의 북한 정권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통일한국’을 열어가야 할 북한 동포들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북인도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국제기구가 담보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도 지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 정권이 인도적 지원을 군사비용으로 전용한다면 이보다 더한 낭패가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의 대북인도지원이 국민의 지지와 국제사회의 여론을 얻으려면 정부의 최종 결정 이전에 국제기구와 충분히 논의해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좋은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더 좋은 과정을 담보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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