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우주 속으로

최명길(1940~2014)

새는 허공 속으로 날아서 가고
나는 걸어서 우주 속으로 들어간다.
마음은 광활한 우주
터럭 한 잎 걸머메고
나는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간다.

 

[시평]

실은 우리 모두 걸어서 우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하루하루의 일상의 속을 헤치고 나간다는 것. 그런 것 모두가 실은 우주 속을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러함을 깨닫느냐 깨닫지 못하느냐는 엄청난 차이이다. 그저 일상을 헤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면, 그 삶은 일상의 평범한 삶이 되는 것이겠지만, 우주의 크나큰 그 속을 매일같이 돌아다니며, 그 우주와 매일같이 교감을 한다고 생각을 하면, 그 마음이 우주와도 같이 넓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우주와 교감하므로, 그 마음이 우주와도 같이 넓어진다면, 우리의 일상의 삶이라는 것도 궁극에는 ‘터럭 한 잎’ 같이 결코 무겁지 않게 보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매일 같이 힘겹게 살아나가야 하는 이 일상의 삶이 힘겨운 삶이 아닌, 다만 터럭 한 잎 걸머멘, 그런 가벼운 삶이 되어, 자유롭게 우주, 그 광활함을 떠돌듯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마치 새들이 허공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이, 물고기들이 넓고 넓은 바다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살아가듯이, 나 또한 우주의 광활함 속을 자유롭게 떠돌며 살아간다면, 그래서 매일 같이 걸어서 우주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의 삶 비록 지상의 작은 점 하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참으로 자유로운 삶,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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