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play 스토어에서 설치 가능한 ‘성범죄자 알림e’ 어플리케이션 소개 화면. (출처: 구글 play 스토어) ⓒ천지일보(뉴스천지)

5년간 성범죄자 재범률 2.3배↑
실제 움직이는 위치 확인 못해
“지속적이고 꾸준한 교육 중요”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지난 6일 강원도 원주의 한 주택가에서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무고한 시민의 성폭행 피해가 발생했다. 성범죄 전력이 3차례나 있었던 A씨는 같은 건물 다른 층 원룸에 사는 B씨의 집 화장실 창문으로 침입해 B씨를 성폭행했다. A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나 담당 보호관찰소는 그의 범행을 감지하지 못했다. A씨는 성범죄로 교도소 복역을 하고 출소한 지 3개월째로 관할 보호관찰소가 A씨의 범행을 안 것은 성폭행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의 통보를 받고서였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범죄가 또다시 발생해 시민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성범죄 예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 중인 ‘성범죄자 알림e’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가부는 2010년 1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어플리케이션(어플)인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성범죄자 알림e’는 시민들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성범죄 예방·안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제49조 제5항 등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실명인증 절차를 거쳐야 열람이 가능하다.

법무부의 ‘최근 5년간 전자발찌 부착자 재범현황’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동종 재범률은 2011년 15명에서 지난해 8월 기준 35명으로 2.3배 늘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범죄자도 지난해 6월 기준 7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66명은 성범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근 5년간 전자발찌 부착자 재범현황’ 자료. (출처: 법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는 2894명으로 전체 전자발찌 부착자(약 4066명)의 71.2%에 달한다. 이를 관리하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은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를 저지른 보호관찰 대상자들도 관리하기 때문에 인력 부족 등 한계가 많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를 통해 집 주변에 성범죄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위치는 확인할 수 없다. 또 ‘성범죄자 알림e’를 알고 사용하는 사람도 적은 편으로 국내 모든 성범죄자의 기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에서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신상공개 명령을 한 범죄자에 한해서만 정보가 공개된다.

이에 ‘성범죄자 알림e’ 어플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건의도 뒤따르고 있다. 이용자 이범*씨는 “실시간으로 성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성범죄자들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설정해 달라”고 했다. 사용자 ha*******씨는 “성범죄자를 보기가 너무 불편하다. 지도검색 했을 때 목록으로 보이는 것 말고 지도 자체에 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사용자 ee**씨는 “성범죄자들이 사는 거주지가 어린이공원, 초등학교 인근”이라면서 “성범죄자들은 재범률이 높다던데 성범죄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서 사회와 격리시켜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예방·재범방지 시스템의 사각지대 해소나 제도의 변화 없이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성범죄 알림e’와 관련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시민 입장에서는 전자발찌를 한 사람과 한동네에 살고 있는 것을 알아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최선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성범죄와 관련해 국가가 단호한 방침을 보인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 예방의 효과는 있다”면서도 “성범죄자들이 재사회화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교육이 중요하다. 화학적 거세나 전자발찌 등의 처벌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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