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장이 종교계 국고지원에 대한 심사기관 설치와 사후 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씨알재단 백찬홍 운영위원장

연간 3조 종교계 국고지원
“네 종교가 더 많이 받아”
해마다 종교 간 편향 논란

“종교 특색상 불균형 필연적
지원금 사용 심사기구 필요
소수 종교에도 기회를 줘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정부가 종교계에 지원하는 국민의 혈세는 한 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부 예산에 대한 종교 지원 현황을 살펴본 세미나에서는 정부가 종교계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간접 지원금까지 포함해 3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내년 시행될 종교인 과세에 대해 일부 개신교계의 반발과 맞물려 현재 종교계가 받고 있는 지원금에도 관심이 쏠렸다.

종교계 국고지원은 매해 국가 예산안 처리 기간을 전후로 종교편향 논란에 휘말리는 사안이기도 하다. 일례로 개신교계에서는 불교 템플스테이나 유교 서원향교체험 등 과도하게 특정종교를 선양하는 데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불교계 등에서도 실제 의료 복지 교육 ODA(국제개발협력사업) 분야는 개신교가 월등히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역공이 이뤄졌다. 이처럼 국가 예산의 종교계 지원은 국민들을 납득시킬만한 명분과 종교계의 합의점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답을 씨알재단 백찬홍 운영위원장에게 들어봤다.

시민운동가로 활동 중인 백 위원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청년협의회 EYC 상임총무 등 개신교계 사회운동에 두각을 보였다. 또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이 참여하는 종교NGO네트워크에서 기획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종교계에 대한 국고지원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산 불균형적 지원은 필연적일 수밖에”

“대체적으로 정부가 종교에서 운영하는 조직이나 단체에 지원하는 것은 찬성한다. 왜냐하면 종사자들이 전문적이기도 하고 관련 시설을 (정부가 직접) 감당하려고 하면 정부도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종교가 같은 금액을 지원받아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백 위원장은 ‘이유가 있는’ 차등 지원을 지지했다.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있는 각 종교들의 역사, 특색 등을 고려해 그에 맞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문화를 향유한다는 의미에서 템플스테이나 서원향교체험에 대한 예산 지원은 비종교인들도 공감할 수 있고,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화재 보수비용이 불교나 유교에 치중된 것도 전통종교들이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를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선교 초기 계몽과 개화, 구휼이라는 목적성을 갖고 활동한 개신교에 대한 교육·복지·ODA 지원에 대해서도 개신교 네트워크가 가진 특색으로 파악했다. 

백 위원장은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예산 지원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기준의 부재(종교행위와 문화행위의 구분)와 종교에 내재된 배타적 종교관과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개신교 측은 특유의 종교적 배타성으로 근본적으로 전통종교가 가진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반면 전통종교는 이승만 정권 이래 지금까지 서구적(기독교)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종교계 국고지원 대상은 ‘일반국민’

백 위원장은 또 종교문화적인 가치에 대한 국고 지원이 일부 종교인들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백 위원장은 “예산은 세금이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국민들이 향유를 해야 한다”며 “특정 종교인들을 위한 연수활동이나 행사, 종단 지도자들의 해외 연수 등 다수의 국민이 향유할 수 없는 특정 종교인들이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산 지원에 대한 결과를 검증한 후 성격에 맞지 않게 사용된 예산은 사후에 회수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계가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국고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고를 사용할 수 있는 종교계의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백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종무실의 예산지원 원칙은 ‘종교문화 활동’으로 돼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39조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또는 활동이나 시설에 드는 경비의 일보를 보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종무실의 예산지원 사업들에 대해서는 ‘전통종교 문화체험시설, 종교화합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종교문화시설 건립지원으로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라고 그 목적이 기록돼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성과관리시행계획’에 따르면 종무실의 국고지원사업의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며 그 목적은 ‘국민의 문화활동 기회 확대’와 ‘국민의 여가향수 기회 확대’라고 명시돼 있다.

백 위원장은 “체험관이나 전승원, 연수원 같은 형태의 종교건물들이나 국제 종교행사, 종단 지도자 해외 연수까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 국민’보다는 ‘특정 종교’ 혹은 ‘종교단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고지원, 소수 종파에겐‘ 언감생심’

백 위원장은 기득권 종교에만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현 종교계 국고지원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정치적인 안배에 의해서 힘이 있는 종교 세력에 지원을 많이 한다. 소수 종파에는 거의 예산 지원이 없다. 자생적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정부에 등록하는 원칙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종교권력자들의 로비나 영향력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센 세력이 자기 휘하들을 관리하면서 계속 세력을 확장하는 구조다. 소수 종파들에 대한 국고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백 위원장은 향후 정부의 종교계 지원금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 위원장은 “권위주의적 정부시절에는 종교를 관리하는 관계였는데, 민주사회가 되면서 종교단체도 압력단체나 이익단체화하면서 (정부에) 요구하는 단위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발전하면서 종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종교단체가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이 적으면 그걸 채우지 못한 것을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지원금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집행을 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공공성, 책임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예산 지원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예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고, 집행과정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며 공익단체가 참여하는 예산심의기구 마련을 제안했다. 또 “시설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통합적인 차원에서 소수 종교에도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장 프로필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인권위원회 위원
- 에코피스아시아 이사·운영위원장
- 양극화해소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희망포럼 사무처장
- 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성남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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