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원불교인과 주민 등이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강경한 원불교 “사드가 필요하다면 미군부대에 설치하라”
일부 교도 “정부 결정 따르겠지만, 이면도로·평화시설 설치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정부가 경북 성주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1개 포대를 지난 7일 완전히 배치했지만,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종교·시민사회 운동은 지속된다.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등 6개 사드배치 반대 단체는 11일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방향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6~7일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강제해산한 경찰 측에 대한 항의 의사 표현의 일환으로 13일 청와대 분수 앞, 15일 경찰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정기 수요집회에서는 경찰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 수와 물품 파손 현황 등을 공개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의사도 밝힐 예정이다. 16일에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배치 강행에 대한 규탄대회를 진행한다.

사드배치를 강하게 반대해온 원불교 내부에서는 이미 사드가 배치된 상황을 인정하고 사후 처리에 집중하자는 우회적 입장과 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강경 입장 등으로 나뉘고 있다.

가장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곳은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다. 비대위는 7일 사드 추가배치가 진행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는 “성주성지는 4월 26일이 계속 되고 있고, 경찰이 망가뜨린 것들로 전쟁터와 같았다”고 7일 추가배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사드발사대 4기를 들여놓았고, 이 과정에서 원불교인과 주민 등 500여명이 8000명의 경찰병력에 둘러싸였다. 이들은 “염려했던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거의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을 정도로 격렬했다”며 “과거정권 시절인 4월 26일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경찰의 대응 방식이었다. 우리는 몹시 실망했고 허탈하기도 하고 울분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대를 내버렸다”며 “앞으로 우리는 다가올 사드배치 절차 점검과 사드철회 운동을 지속해 가면서 긴 시간을 두고 평화강좌, 평화공원, 평화연구소, 평화대학(학과)을 만들어 가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의 모습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원불교 교도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원불교 문화사회부도 최근 성명을 내고 사드배치 단행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사드가 필요하다면 우리 정부의 관할 밖인 미군부대에 설치하라”고 규탄했다.

원불교는 정부가 사드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원인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언급하며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원불교는 사드에 대해 ICBM과 같은 전략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장비이며 꼭 필요한 무기체계라고 우리 정부와 미국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사드배치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인정하겠다는 대응책이 수립되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오랫동안 견지해 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도 동시에 폐기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존 미군부대에 설치해서 운영한다면 미국정부의 조치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유지를 국유지와 교환하면서까지 사드가 배치되는 정황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원불교는 소수 종단으로서 과거 정권 당시 피해를 언급하며 종교차별을 주장했다. 원불교에 따르면 미군정 당시 서울 한남동 원불교 부지는 미군 종교휴양지로 징발을 당했다. 전두환 정권 때에는 충남 논산 신도안의 3군사령부 건설을 이유로 원불교 부지 20만평이 강제 수용을 당했다. 원불교는 “과연 불교의 성지, 천주교의 성지, 개신교의 성지였다면 이런 무도한 일을 행하였을까 생각하며 실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원불교 내에서는 정부의 사드배치를 수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달 초 중앙교의회 의장 도산 이도봉, 서울교구교의회 의장 승산 김창규, 경기·인천교구교의회 의장 민산 조제민 등 10명은 일간지에 호소문을 내고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원불교 제2의 성지인 경북 성주에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배치에 대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부의 결정에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구 의장들 개인 의견”이라면서도 “전체 재가, 출가 교도님들께 뜻을 함께하길 원하는 호소문”이라고 동참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드배치를 허락하는 대신 ▲성주성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성지를 우회해 군사시설 출입을 위한 이면도로를 개설할 것 ▲군사시설 주변 평화공원 조성 등을 약속해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이들은 “사드 배치 결정 역시 정부가 선택한 평화 수호의 한 방법으로 알고 있으므로 같은 평화 수호를 주장하는 결사단 호법동지들이 정부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만에 하나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현 사태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호소했다.

원불교 정상덕 교무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불교는 평화의 종교다”라며 “최대의 평화는 전쟁 무기인 사드를 철수하는 것이다. 사드는 남북·한중 문제, 미군 주둔 등 평화를 깨고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라고 본다”고 원불교 내 분위기를 밝혔다.

한편 정부가 사드배치를 강행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달마산 인근은 원불교 2대 종법사이며, 종단 내에서 평화의 성자로 추앙을 받고 있는 정산(鼎山) 송규(宋奎, 1900~1962) 종사의 탄생지와 구도지가 있다. 원불교는 평화의 성자가 태어난 성주성지를 비롯해 한반도 어디에도 전쟁무기 사드 배치해서는 안 된다며 처음부터 현재까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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