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유엔 등에서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강공수를 예고했다. 이에 우리 국민은 이번만큼은 강력한 제재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11일 오후 6시(현지시간)에 의결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은 당초안보다 약화된 내용이 나왔다. 최초 제재안에는 원유공급 차단 등이 담겼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우려해 최종수정안에서 완화된 것이다.

이번 결의안에서는 제재 효과가 강한 전면적 대북 원유 금수가 빠졌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개인에 대한 제재가 제외됐다. 약발이 떨어지는 처방으로 계속적인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과연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실효성 논란이 있긴 하다. 하지만 강력한 대북제재를 바랐던 한국의 입장에서도 비관적으로 볼 사안만은 아니다.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유엔 안보리의 2006년 7월 15일 권고 성격의 첫 대북결의안 이후 지금까지 9차례의 대북제재안 가운데 가장 강한 내용으로 김정은의 생명줄인 유류 공급에 처음으로 제한을 가했다.

국제사회는 각국의 입장과 호불호(好不好) 상대가 있고,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임이사국 5개국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어떤 사안에 대한 완벽한 조치 결의는 어려운 형편이다. 세계평화를 짓밟고 국제 질서를 흩트리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중국, 러시아가 한국과 미국 측에 대화를 권유하고 강력한 대북제재에 태클을 거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핵실험 9일 만에 속전속결로 유엔 결의안이 나온 것은 중국,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反)평화적 행위’ 인식을 엄중히 받아들인 결과라 하겠다.

문제는 우리의 자세이다. 한반도 상황은 휴전협정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유엔의 대북 조치처럼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오락가락 양상을 보이는 현실에서 국제사회 경험이 많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은 유의미하다. 그는 지난 한 강연에서 “우리의 국가적·이념적 정체성이 정확하지 않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 걱정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에는 평가 못 받고, 중국에선 완벽한 보복을 받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던바, 전직 외교관의 쓴소리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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