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묵돌은 말 위에 올라 큰소리로 호령했다.

“지금부터 동호를 토벌하러 출전한다! 늦는 자는 베겠다.”

그는 동쪽으로 군사를 총동원해 동호를 재빠르게 습격했다. 동호는 처음부터 흉노족을 업신여기고 있었으므로 방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묵돌은 순식간에 동호를 초토화 시키고 왕을 붙잡아 죽이고 백성들을 포로로 하고 가축을 몰수했다.

묵돌은 동호를 격파하자 잇달아 나아가 월지를 공격했다. 또한 남쪽으로 오르도스의 누번 왕국과 백양 왕국을 쓰러뜨리고 일찍이 진나라 장군 몽염에게 빼앗긴 땅을 모두 되찾았다. 그리고 나서 조나, 부시, 나아가 연과 대나라까지 쳐들어갔다.

그즈음 중화를 평정한 한나라 고조는 한(韓)왕 신을 대군으로 삼아 영지를 바꾸고 마읍에 도읍을 정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뒤 묵돌이 이끄는 흉노군의 공격을 받아 수도인 마읍이 포위되자 항복을 했다. 한(韓)왕 신이 항복하자 흉노는 남쪽으로 내려가 구주산을 넘어 진양성 밑에 다다랐다.

고조는 흉노 토벌을 편성해서 스스로 전선으로 향했다. 때는 겨울 전장은 몹시 추웠고 눈이 내렸다. 한나라 군사들은 잇달아 동상에 걸리고 10명 중 2~3명은 손가락을 잃었다.

묵돌은 이를 틈타 한(漢)나라군을 북쪽으로 유인하는 작전으로 나왔다. 한나라군이 뒤쫓아 왔다. 묵돌은 정예군을 숨겨 두고 약한 병사들을 방패로 세웠다. 한나라군은 흉노병사들이 약하다고 판단해 전군을 동원했고 군사 30만명을 더 보내 추격전을 계속했다.

고조는 군대의 선두에 서서 평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추격을 서둘렀기 때문에 후속 부대는 후방에 처져 있었다. 묵돌은 그 기회를 타서 정예 40만명을 보내 고조가 이끄는 선두 부대를 백등산 위에서 포위했다.

한(漢)나라군은 7일 동안이나 고립돼 있었다. 후속 부대는 구출 작전에 나서지도 못하고 군량을 수송하지도 못했다. 흉노의 기마대는 서쪽은 모두 백마요 동쪽은 청방마(흰 바탕에 푸른색), 북쪽은 모두 흑마, 남쪽은 모두 성마(적황색 말)로 물샐틈없는 포진이었다.

정상적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고조는 묵돌의 후비에게 밀사를 보내 선물을 바쳤다. 그러자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후비가 묵돌에게 설득한 말이었다.

“이웃 한나라 군주와는 서로 고생을 주고받지 마십시오. 설혹 이 싸움에서 이겨 한나라의 영토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곳은 너무 넓어 당신이 계실 곳이 못 됩니다. 게다가 한왕에게도 하늘의 가호가 있을 것입니다.”

때마침 묵돌은 자신과 만나기로 돼 있던 한(韓)나라 왕 신과 장군 왕황하고 조이가 약속 날짜가 돼도 나타나지 않자 그들이 한(漢)나라와 내통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후비의 건의를 즉시 받아들여 포위망을 일부 풀었다.

고조는 흉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가 전군에게 명령했다.

“적을 향해 활을 힘껏 쏘아라!”

그런 다음 포위망이 풀린 곳으로 단숨에 달려 나가 아군과 합류했다.

그러자 묵돌은 군대를 이끌고 북쪽으로 사라지고 고조도 군사를 철수시켰다.

고조는 곧바로 유정을 사자로 보내어 흉노와 정전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흉노와의 정전협정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