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아동문학가

 

이집트는 한반도보다 다섯 배나 넓은 땅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대부분 불모지인 사막이나 광야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는 땅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그 땅이 바로 나일강 유역이다. 그래서 일찍이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 강의 선물’이라는 말을 남겼다.

해마다 나일강의 상류에 6월과 9월 사이에 많은 비가 내려 하류에서 대홍수가 난다. 그때 상류에서 기름지고 비옥한 땅이 운반되어 오기 때문에 거름을 주지 않아도 많은 곡식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자연 현상을 보며 태양과 달, 별을 연구하고 신들의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많은 신들을 숭배하게 되었고, 신들에 얽힌 많은 이야기가 생겨났다.

▲ 나일강의 모습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집트 신화에는 백만도 넘는 신들이 나오지만, ‘모두’라는 뜻을 지닌 창조주 신 ‘아툼’의 각 모습일 뿐이다. 이 신들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태양신 호루스는 매, 지혜의 신 토트는 따오기, 사랑과 기쁨의 여신 바스트는 고양이, 장례를 맡은 신 아누비스는 재칼, 창조의 신 크눔은 숫양의 머리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신들이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에서는 동물을 신으로 받들어 모셨다. 모든 동물을 신성시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고대 이집트에는 각 도시마다 받들어 모시는 동물이 있었다. 그곳에는 동물 사육사가 따로 있었다. 주민들은 동물을 찾아가 그 동물에 속한 신에게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빈손으로 가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잘라 그 무게만큼의 은을 동물 사육사에게 주었다. 당시에는 신성한 동물을 죽이면 큰 벌을 받았다. 고의로 죽이면 사형에 처했으며, 고의가 아니더라도 무거운 벌을 받았다. 동물들 중에도 매와 따오기와 고양이는 가장 신성시하여 이들 동물을 죽이면 고의든 아니든 무조건 사형에 처했다.

▲ 아누비스와 호루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테베 주민들은 악어를 받들어 모셨다. 물론 악어를 정성스레 길렀다. 악어의 귀에 황금 목걸이, 악어의 앞발에 황금 팔찌를 끼워 주었다. 따오기는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까지 주민들에게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고고학자 사미 카브라가 따오기 무덤을 발견했는데, 34m 길이의 120개 계단으로 만들어진 초호화판 무덤이었다. 그 무덤 속에는 수많은 복도와 통로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복도 하나의 길이가 120m라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한다. 벽마다 구멍을 뚫어 따오기 관을 넣었는데, 일일이 세어 보니 따오기 관이 4000개나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 역시 이집트 사람들에게 특별대우를 받았다. 이집트 사람들이 고양이를 집 안에 들여 기르기 시작한 것은 7000년 전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농사를 지어 곡식 수확량이 많았기에 쥐가 곡식을 먹어치우지 못하도록 고양이를 둔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가 가축에서 여신으로 그 지위가 오르면서 대접이 달라졌다. 고양이는 값비싼 목걸이․귀걸이․코걸이로 치장을 했고, 좋은 먹이를 주어 정성껏 모셨다. 이집트 사람들이 고양이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불이 나면 죽 늘어서서 고양이만 지켰다고 한다.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다. 고양이가 죽으면 온 식구가 슬퍼하며 애도의 뜻으로 모두들 상복을 입고 눈썹을 밀었다고 한다.

▲ 검은 고양이 조각상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 “고대 이집트가 페르시아에게 정복당한 것은 고양이를 앞세운 페르시아 군의 공격 앞에 맥없이 졌기 때문이라면서요?”

기원전 525~521년 페르시아 국왕 캄비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를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수도를 점령하고 이집트를 손아귀에 넣었다. 페르시아 군이 승기를 잡은 것은 이집트 동북부에 있는 펠루시움에서 벌어진 전투였다. 캄비세스 2세는 이집트 사람들이 고양이를 신성시한다는 것을 알고 기상천외한 작전을 짰다. 페르시아 군이 진격할 때 고양이들을 앞세운 것이다. 펠루시움 항구를 지키던 이집트 군은 쳐들어오는 적군을 보고 싸울 힘을 잃었다. 페르시아 군과 맞섰다가는 고양이들을 죽일 수도 있으니 화살 한 방 날릴 수 없었다. 결국 이집트 군 병사들은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페르시아 군에게 맥없이 지고 말았다.

◆ 고대 이집트에서는 동물도 미라로 만들었다

이집트에서는 개․고양이․매․따오기․뱀․말 등 동물 미라가 많이 발견되었다. 특히 사카라․테베․부바스티스 등지에 있는 동물 무덤에서 수많은 동물 미라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고양이 미라였다. 고고학자들은 사카라․베니하산․부바스티스 등에서 거대한 고양이 무덤을 16개 이상 발굴했다고 한다.

베니하산은 이집트 나일강 서쪽 연안에 있다. 고고학자들은 그곳에 있는 사랑과 기쁨의 여신 바스트 신전 터에서 고양이 미라를 무려 30만 개나 찾아냈다. 하지만 이 고양이 미라들은 19세기에 영국 사람들에 의해 영국 리버풀로 보내졌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화학 비료로 사용되었다.

부바스티스에도 바스트 여신을 모신 신전이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이 신전에서 축제를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50만 명 이상이 모여들어 3일 동안 행사를 치렀다. 이 축제에는 바스트 여신의 은총을 받기 위해 수천 개의 고양이 미라가 제물로 바쳐졌다. 이 고양이 미라는 고양이 무덤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미라가 된 고양이 가운데 일부는 목뼈가 부러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신전에 바칠 고양이 미라가 부족해, 신전에 바칠 목적으로 사육되다가 목 졸려 죽은 고양이들이었다. 이들 고양이는 태어난 지 몇 주, 또는 몇 달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들이었다.

하지만 제물로 바치기 위해 어린 고양이를 죽이는 끔찍한 일은 뒤에 가서 중단되었다. 바스트 여신의 축제 때 고양이 미라 대신 고양이 청동상을 바치게 되었다.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로 여겨 그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귀족 계층은 고양이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화려한 관에 넣어 고양이 무덤으로 보냈다. 고양이 미라를 만드는 사람은 전문 기술자였다. 그는 고양이 몸이 썩지 않도록 장기를 꺼내고 정성껏 씻은 뒤, 그 몸을 70일 동안 탄산 소다수에 담가 놓았다. 그리고 고양이 몸을 아마포 붕대로 꽁꽁 싸매고, 머리에는 천 조각으로 만든 가면을 씌웠다. 이것이 바로 미라다. 고양이도 사람과 똑같이 미라로 만들어 관에 넣고 무덤으로 옮기면 장례가 끝났다.

▲ 이집트를 상징하는 피라미드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 “고대 이집트에서는 왜 미라를 만들었나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고 지하 세계로 가서 심판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뒤 이 세상으로 돌아와 몸을 가지고 사후 세계로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썩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썩지 않도록 죽은 자의 몸을 미라로 만들어 그대로 보존했던 것이다.

미라는 왕이나 귀족들만 만든 것으로 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일반 백성들도 미라를 만들었다. 심지어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동물들까지 미라로 만들었다. 현재 왕이나 귀족들의 미라만 발견되는 것은 그들 계층이 돈을 많이 들여 좋은 재료를 가지고 미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의 미라는 값싼 재료를 써서 금방 부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라는 고대 이집트뿐 아니라 잉카 제국, 중국, 파푸아뉴기니 등지에서도 만드는 풍습이 있었다. 하지만 유독 이집트에서만 미라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건조한 기후, 사막의 모래바람 등의 자연 환경이 부패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며, 1억 5천만 개의 미라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집트 박물관에는 미라 3천여 개가 소장되어 있다.

*신현배 프로필
시인, 역사 칼럼니스트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창주문학상, 소천문학상 등 수상

지은 책으로 ‘엉뚱 별난 한국사’, 엉뚱 별난 세계사, 2000년 서울 이야기, 세계사로 배우는 법 이야기 등과 시집 매미가 벗어 놓은 여름, 햇빛 잘잘 끓는 날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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