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동참 압박..中 신중론으로 버티기

(서울=연합뉴스) 정부의 24일 천안함 후속대응 조치 발표를 계기로 '천안함 외교전'이 불붙고 있다.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북제재 수순을 밟으려는 한.미.일과 이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중.러의 외교적 대치전선이 그 중심축이다.

특히 동북아 역내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G2(미.중)의 힘겨루기가 작용하고 있어 외교전의 열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외교전의 향방은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24일 방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26일 방한, 28일 한.중 정상회담, 29∼30일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거치며 큰 틀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대중 압박행보가 주목된다.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전략경제대화에서 클린턴 장관은 "미.중 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제재에 반드시 공조해야 한다"고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천안함 사건을 고리로 대북 제재국면의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의도가 읽히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 같은 기세를 이어 2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한.미간의 보폭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은 여전히 신중론으로 버티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불행한 일'이지만 사후 처리가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정성을 높여서는 안된다는 원칙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23일 베이징에서 클린턴 장관과 회동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아직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는 천안함 사건으로 대북제재 국면이 조성될 경우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동북아 정세 흐름의 주도권을 쥐려는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대표의 24일 방한은 중국의 방향설정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천안함 사건이후 사태의 흐름을 관망해온 중국이 6자회담과 관련한 외교적 행보를 시작하려는 메시지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 대표의 방한은 28일 한.중 정상회담을 사전 준비하는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 정세의 흐름상 천안함과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우리측의 반응을 타진하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 대표는 명시적인 어법은 피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에 시동을 거는 것이 한반도 안정에 긴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중국의 '정리된 입장'은 28일 한.중 정상회담, 29∼30일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거쳐 명료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천안함 사건에 대해 대북 초강경 조치를 이끌어내려는 우리 정부측과 상당한 이견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미.중간 줄다리기의 틈바구니에서 남과 북의 외교전도 가열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후속대응 조치 발표를 계기로 미국과의 공조를 가일층 강화하고 중국을 '우군화'하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29∼30일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 무대를 활용해 중국측의 대북제재 동참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북한은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중국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남조선 함선 침몰사건을 놓고 `북조선의 공격행위'니,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도전'이니 하며 우리를 걸고 들었다"며 "이것은 미국이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시키려는 적대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그런 한편으로 지난주말 일부 인사들을 베이징으로 보내 '이번 사건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중국에 거듭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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