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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937년 젊은이 이상·구보, 어떤 고민했을까… 연극 ‘20세기 건담기’
지승연 기자  |  hostorycy@newscj.com
2017.09.11 16: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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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20세기 건담기’ 공연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DB

요즘 세대 사람 보는 듯한 80년 전 예술가들
자기 이야기 미래에 보낸다는 상상서 시작
만담·라디오 드라마 등 여러 형식 선봬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죠?”

작년 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의 명대사다. 답답한 현실에 좌절한 과거의 형사가 미래와 소통이 가능한 무전기를 통해 2016년의 순경에게 우리 사회가 바뀌었는지 묻는 장면이다. 이 대사를 들은 시청자는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현실에 탄식했다. 현대를 향해 과거의 소리를 전달하는 연극 ‘20세기 건담기’는 드라마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연극 ‘20세기 건담기’는 1936~1937년 일제 강점기 말기 서울에서 활동한 문학예술 단체 구인회(九人會) 소속 예술가의 일상과 고민을 그린 연극이다. 극은 ‘구보(이명행 분)’와 ‘이상(안병식 분)’의 만담으로 시작한다. 이상은 “건담(建談)이란 한자로 세울 건, 말씀 담을 써서 말을 세운다(짓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등장인물은 20세기에 일어난 일을 21세기 혹은 그보다 더 먼 미래에 전한다. 이상은 4차원 라디오를 통해 미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상상한다. 이상의 기발한 상상은 동료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모두 건담가가 되게 한다.

   
▲ 연극 ‘20세기 건담기’ 공연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DB

극은 건담을 내세운 연극답게 러닝타임 동안 갖가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만담을 하거나 독백을 하고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기도 한다.

각 장면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다르고,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도 다르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 바로 마이크다. 등장인물은 당시 일어난 사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미래에 전하려는 듯 시시콜콜한 얘기도 마이크 앞에서 얘기한다.

‘김유정(이윤재 분)’은 가슴절절한 짝사랑을 하고 수차례 구애의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짝사랑의 대상자는 김유정과 같이 구인회 활동을 하는 동료 문인(文人)과 결혼한다. 결국 김유정은 실의에 빠진고 모든 사정은 마이크를 통해 미래에 전달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예술가들이지만 당대 그들의 고민이 현재 우리의 고민과 별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 연극 ‘20세기 건담기’ 공연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DB

등장인물은 미래를 상상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상은 50년 후를 상상하며 “국가·민족이 칵테일처럼 섞여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상상한 시점인 1980년대 후반에는 국가·민족이 칵테일처럼 섞여있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비행·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세계는 지구촌화 됐다. 20세기 문인들이 상상하고 기대한 미래와 현재가 일치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웃음이 난다.

반면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암울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 씁쓸해진다. 극에서 구보와 김유정은 생계를 위해 해외 작품을 번역한다. 가난한 시대·환경에서 창작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사치스러운 활동이다. 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재정적·환경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아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현 시대 소시민이 떠오른다.

   
▲ 연극 ‘20세기 건담기’ 공연 스틸. ⓒ천지일보(뉴스천지)DB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21세기로의 건담은 연속적인 좌절로 인해 마침표를 찍는다. 김유정과 이상의 죽음, 이상의 다방에서 일하며 구인회 문인들과 동고동락한 ‘수영이(백종승 분)’의 예상치 못한 선택은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없게 한다. 공연 내내 무대 위에 있던 마이크가 사라지면서 건담이 정말 끝났음을 보여준다.

1942년 봄, 남은 예술가들은 조선의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각자의 모습으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갈 길을 찾는다. 도래하지 않은 날을 상상하며 현재를 전하고 희망을 그리던 예술가들의 체념은 묵직한 한방을 남긴다. 그들이 꿈꿔온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하지만 좌절을 겪고 이내 현실에 눌려 “그저 산다”고 말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전한다. 조선 시대 한국어·일본어·영어 등을 사용한 대사는 일제 강점기 말을 잘 표현한다. 무대 위 작은 스크린에는 어려운 단어·문장 해석 자막을 띄워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다. 중간에 소소한 농담은 관객에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을 다 담다보니 중후반부에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줘 아쉽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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