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동계엄사령부’라고 적힌 현판이 보이며, 일본 군인이 초소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과 계엄령 발효문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땅이 심하게 갈라진 도쿄(왼쪽)와 요코하마(오른쪽) 두 도시를 비교한 사진.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계엄사령부 관련사진은 최초 공개
“불령 조선인이 한 짓” 누명 씌어
자경단의 대학살 조장하는 역할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의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사건이 94주기(1923년 9월)를 맞은 가운데 이를 규명하기 위한 촉구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지가 정성길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입수한 관동대지진 관련 미공개 사진을 추가로 공개한다. 관동계엄사령부 사진과 도쿄-요코하마 지진비교 사진은 처음 공개하는 것이며, 도쿄 요시하라공원 학살 현장은 앞서 공개된 바 있다.

특히 관동계엄사령부 관련한 사진으로는 최초 공개다. 정문 입구에 일본군인 한 명이 보초를 서고 있고, 그 옆에 ‘관동계엄사령부(關東戒嚴司令部)’란 한자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은 호외 발간 자료로 보도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관동지역의 대표 두 도시인 도쿄와 요코하마 지진 상황을 비교해주는 사진은 당시 언론통신사에서 기관에 보고하기 위해 남긴 사진이다. 두 도시 모두 땅 혹은 도로가 심하게 갈라져 어마어마한 지진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1923년 9월 1일 진도 7.0이상의 강진이 발생하자 수도 도쿄를 비롯한 관동지역 일대는 폐허가 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당시 지진은 일본의 경제가 좋지 않은 공황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민심의 추락은 상당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곧바로 계엄사령부를 설치하고 지진으로 인한 경제파탄으로 울분이 터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희생양을 조선인으로 돌렸다.

계엄사령부가 ‘불령 조선인’이란 표현을 쓰면서 지진이 나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도 모두 조선인이 한 짓으로 조작해 방화범으로 내몰았다. 계엄사령부는 무전과 전단, 포스터 등을 뿌리고 다녀 관동 일대 조선인들이 숨을 곳이 없도록 조장하는 역할을 했다.

형무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까지 다 내보내 자경단을 구성하도록 해 대학살을 자행하도록 부추겼다. 감옥살이를 하다가 막 나온 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조선인이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닥치는 대로 이성을 잃고 조선인을 학살하는 선도역할을 했다. 계엄사령부에 의해 조선인에 대해 안 좋은 인식으로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던 일본인들은 조선인 학살 현장을 목격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거들어서 함께 학살했다고 한다.

인간사냥을 자행하는 자경단이 극에 달해 무고한 일본인까지 죽이기도 하는 등 전국적으로 여파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계엄사령부는 계엄 발효 5일 후에 자경단 활동을 자제시킨다. 그로 인해 관동대지진 학살은 중단됐지만, 많은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됐다.

독립신문에서는 6천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발표했지만, 독일문헌에서는 2만 3천명 이상이 학살됐다고 기록됐다. 당시 학살사건은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국제법)로 인정되어야 할 만한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은 계속해서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역사적 사건을 자국 교과서 내용에서 수정·삭제 등으로 덮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정작 우리는 국사 교과서에조차 거의 언급이 안 되고 있다. 또한 어떠한 정부차원의 규명작업 역시 없어 잊어져 가고만 있다.

정성길 관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입증할 수 있는 근거와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일제시대 때 돈 없고 나라 잃은 설움 속에 강제로 혹은 돈을 벌겠다고 일본으로 갔다가 자경단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우리 선조들이다”며 “이 같은 관동대지진 학살사건을 1세기 지나기 전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규명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 자경단이 도쿄 요시하라 공원에서 학살한 시신을 진열시켜 놓았다. 이들이 들고 있는 도구가 모두 구조를 위한 것이 아닌 살해도구임이 분명하게 보인다.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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