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책을 위해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안보리 긴급회의를 마치고 러시아의 발레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 류제이 중국 대사,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가 서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대북제재 결의를 11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2일 새벽) 표결에 부친다.

미국이 추진하는 이번 결의 초안의 핵심은 대북 원유수출 금지 여부다.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 제재,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선박 검색 시 군사력 사용 허용, 북한산 섬유 수입 금지 등 고강도 제재들을 담고 있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해야 한다.

관건은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다. 중국은 북한의 원유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연간 약 50만t의 원유와 20만t의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러시아도 연 4만t의 원유를 북한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안의 내용이 강력한 만큼 중·러가 초안 전체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한반도 문제의 유일한 출로는 대화에 있다’는 사설을 내고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러시아 앞서 결의안에 반대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제재를 포함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정책은 고갈됐다고 확신한다”면서 “그것(대북 압박 정책)의 최종 결과는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재앙이나 북한에서의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하며 그 같은 용납할 수 없는 방향의 사태 전개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입장이 견고해 대북 원유 수출을 아예 중단시키는 것이 아닌 실질 공급량을 줄이도록 하는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동아시아평화문화문제연구소 이재형 소장은 “원유수출 금지라는 취지엔 중·러가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있으나 인도적 대북지원이란 명목으로 대북 원유 지원을 끊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붕괴는 어떤식으로든 막겠다는 중국의 정책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러시아도 라진-선봉-하싼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원유공급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의안이 무산될 경우 미국에게 타격이 없진 않겠으나, 미국은 이를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그 책임을 중국과 러시아에 돌리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포함해 고강도 독자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유엔 외교관도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은 추가 제재안이 완화되는 것을 보기 보다는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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